[물의 얼굴]

‘투명했던 얼굴이 비추는 얼굴이 되는 시간들‘

by 사막의 소금




어린 마음은 수조 속 물처럼

밝음과 탁함,

무엇이 어디로 향하는지

한눈에 보이고 읽힌다


스스로 어른이 된 것처럼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느낄 때엔

투명한 바다를 닮아

안을 보이고 싶지 않아

거센 파도를 일으킨다


허나 끝내 파도가 부서지고 나면

살랑이는 물결 아래

속은 다시 드러나고

못내 속상해

또다시 물결을 일으켜댄다


그러다 문득

아이의 투명함이 그리워지고

파도를 일으키던 마음이 떠올라

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그런 마음이 되니,


강물가에 비친 얼굴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이고

멀리 보면 하늘을 비춘다


너무도 잔잔하면서도

그 아래 수많은 것들을 품은 채

살랑이는 바람결에 결을 내주고

머무는 것들에 기꺼이 자리를 내준다


끝내 자신을 온전히 내주지 않는 한

그저 비춰줄 뿐

스스로는 드러나지 않는

물의 얼굴로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