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수제 버거 가게 #1

익숙한 삶의 영역 안에서 만난 새로운 맛, 그리고 낯선 감정

by 사막의 소금



친구에게 추천받은

망원의 수제버거 가게.

“가격도 맛도 구성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지만

유일한 단점은 웨이팅이 길어”


평소라면 우리의 시간이

넉넉하지 않음을 잘 알기에

그 말에 서운함만 비추고

이야기를 끝내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동네 근처, 더군다나

우리가 주말마다 찾는 망원시장 근처라니

핑계를 대며 겸사겸사 장도 보고 구경도 하다가

마치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너에게 소개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작은 즐거움이라,

나에겐 그 자체로 기쁨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잊을까 봐

친구에게 가게 이름을 재촉해 물었고,

검색해서 메뉴와 분위기, 후기까지 꼼꼼히 살펴봤다.

주말이 가까워질수록

“너는 얼마나 좋아할까?”

“걸어갈까? 차를 가져갈까?”

“무슨 메뉴를 시킬까?”

자잘한 질문들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너의 손을 잡고 가게로 가는 길,

조용히 마음속으로 ‘많이 기다리지 않게 해 주세요’ 하고

아이처럼 기도까지 했다.


내 기도가 닿은 걸까,

우리를 기다리던 건 단 두 팀뿐이었고,

생각보다 금세 자리를 안내받았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고소한 패티와 빵 굽는 냄새,

철판 위에서 자글자글 익어가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우리를 반겼다.

그 순간,

마치 따뜻한 세계로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와 물을 따라주는 동안

나는 이미 외울 정도로 익숙해진 메뉴판을

너에게 수줍게 설명했다.

어떤 메뉴가 인기 있는지,

무엇이 제일 맛있는지,

마치 누가 들으면 안 될 비밀을 이야기하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생각해 보면,

상기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였던 것도

그 순간이 우리에게 특별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주말에야 겨우 시간을 쪼개서 만나는 우리는

그동안 예쁘고 맛있는 곳은

늘 ‘나중‘으로 미뤄왔기에,

이날은 단순히 ‘버거를 먹는 시간’ 그 이상이었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만난 새로운 기쁨.

우리에겐 충분히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내가 너무 들떴던 걸까.

“응, 아무거나 괜찮아.”

네 대답은 기대보다 훨씬 담담했다.

그리고 이내 주변을 둘러보다가

“사람 많네.”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 말은 마치 스피커 볼륨을 갑자기 낮춘 것처럼

내 안의 설렘을 잠재웠다


“바쁜데 그냥 쉬었어야 했나?”

괜히 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속으로는 ‘평소의 너라면 달랐을 텐데’라는 생각이 조용히 울렸다.

하지만 그 울림보다 나에게 더 크게 다가왔던 건

네 얼굴에 묻어 있는 피로함이었다.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너는 낮게 웃으며 “아냐, 오랜만에 좋지 뭐.” 하고 대답했고,

나는 또 아이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조리가 끝나자,

우리 앞에 음식이 높였다.

놓인 맛깔난 음식들에 시선이 옮겨가며,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괜찮게 끝난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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