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쉬워도 당신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서로를 바라보며,
시간과 맛을 나누고, 말을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말이 막히면 말 대신 맛을 나누고,
주어진 시간을 채우는 건 비워지는 그릇 속에
자신을 숨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시간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나누는 일은
단순한 보폭을 맞추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나의 호흡과 너의 호흡을, 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맞추어 걷는다는 건,
내 세계에 너를 허락하고, 네 세계에 살포시 발을 들여놓는 것.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내 세계의 일부분을 내어준다는 건
그저 불편하게 욱여넣은 밥알 하나를 넘기는 것보다 훨씬 더 고역이다.
속이 뒤틀려 밤새 곤욕을 치르는 한 숟가락의 밥보다는 낫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내어준 나의 공간 안에,
네가 남기고 간 생채기들은 쉽게 아물지 않는다.
홀로 남아 공허히 퍼져나가는 아련한 기억들을 끌어안고,
그 끝에 매달린 감정의 잔재를 따라,
아득하게 먼 곳으로 쓸쓸히 추락해 버리는 눅눅한 밤들을 지새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침묵으로 넘긴 밥 한 끼가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밥을 먹을 수는 있어도,
산책을 함께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