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삶의 영역 안에서 만난 새로운 맛, 그리고 낯선 감정
그는 행동이 솔직하다.
호탕한 성격답게, 그는
나를 처음 만날 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냈다.
수줍음을 잘 타는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이 이상하면서도 신기했다.
그 후 만날 때마다 그는
한 번도 자기감정을 숨긴 적 없이, 늘 자기 마음을 다 보여주었다.
곁에 누가 있든 없든, 함께하는 시간이 짧든 길든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의 감정은 늘 이해하기 쉬웠고,
그의 생각은 그가 내게 들려주는 것과 같은 자리에 있었다.
추측하거나 해석하지 않아도 되어 늘 편안했고,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의 말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같았고,
그의 세계는 천장까지 펼쳐진 아쿠아리움처럼 넓고 투명했다.
그는 솔직한 사람이니까.
나는 버거를 흐트러지지 않게 자르려고 애썼다.
예쁘게 반으로 잘라 너에게 나눠주고,
빨리 반응을 듣고 싶었다.
네가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게 가장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 너는 조용히 버거를 먹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말도 없이, 감탄도 없이.
지금 생각해 보면,
같은 식탁에 앉아 있었지만
우리의 시간의 온도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내 몫을 천천히 먹고 있을 무렵,
너는 갑자기 휴대폰을 들어 벽에 붙은 메뉴판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문서에 적힌 메뉴들을 유심히 읽었다.
십여 년을 함께한 너에게서
처음 보는 낯선 모습이었다.
그 순간,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
이전의 따뜻한 기분은 금세 바닥났다.
익숙했던 너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고,
네 유리관 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서늘하게 했다.
그 메뉴판을 사진으로 남긴 이유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깊숙한 어딘가가 찔러오듯 아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게를 나와서 네 손을 잡지 않았다.
무언가 들끓는 감정이 있었지만,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는 우리니까
넌 알아채리라 믿었다.
그런데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말보다 더 크게,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내가 들여다보길 좋아했던 그 아쿠아리움에는
이제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빈 공간만이 남아 있었다는 것을
나는 곧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