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삶의 영역 안에서 만난 새로운 맛, 그리고 낯선 감정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지만,
망원은 여전히 내가 자주 찾는 친숙한 동네이다.
최근, 해외로 나가기 전
친구들이 나를 위해 모였고,
그들과 함께 맛집을 찾아보다가
우리의 마지막 장면이 담겨 있던 그 수제버거 가게를 떠올렸다.
지도에서 위치를 따라가 보니
그 가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것 같았는데
그 자리에 낯선 가게가 들어섰고,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씁쓸함은 마치,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끝은 결코 없을 거라 약속했던
너와 나 같았다.
새로운 사랑과 또다시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을
우리처럼.
약속 장소가 그 근처였지만
나는 일부러 길을 돌아 걸었다.
익숙한 길인데도
그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언가를 외면하듯,
나는 고개를 돌려 걷고 또 걸었다.
한참 멀어졌을 때
문득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익숙한 위치는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자리는 이미
기억 속의 우리가 아닌,
지금의 다른 누군가로 채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