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못한 물결]

‘씻어내려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by 사막의 소금




바다가 가득한 나라에서 자란

그는,

물을 무서워했고

깊은 심연이 자기를

잡아 끌어낼 것만 같다고 고백했다


비가 자주 오는 나라에서 자란

그녀는,

천둥을 무서워했고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

나를 관통하여 소멸될 것만 같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우울할 때면

몸 하나 이끌고 바다로 들어가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찰랑이는 수면이

부드럽게 피부에 닿을 때면,

마치 자신을 어루만지듯

달래고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는 우울할 때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또 걸었다


피부를 관통하는 빗줄기가

마음의 열기와

케케묵은 불안을

모두 씻어내려 가는 것 같았다


빗줄기가 모여

바다를 이루듯이,

서로 다른 우리가

하나를 이루길

우리는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남자의 심연을 옭아매는

깊은 바다를 사랑한 여자와,

여자의 마음을 멈출 만큼 내리치는

강한 빗줄기를 사랑한 남자는


자꾸만 어긋나고,

또 어긋나,

서로 다른 물길로

흘러가 버렸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