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처럼 바람처럼 Aug 29. 2018

남편 관찰 일기 180829

공감 아닌 조언을 하고싶다

“6개월만 쉴까? 쉰다고 해결이 되진 않겠지?”

저녁을 먹고 나서 혼자 자문자답을 하는 남편.

요즘 들어 짜증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회사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건가 싶다. 도통 구체적으로뭐가 문제인지 입을 열지 않는다.


주52시간 근무, 워라밸이 회사에 불러온 폐해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선배와 동기들에 따르면 젊은 사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일할 사람이 없다고 푸념을 종종 하곤 했다. 우리의 선배들도 우리를 보며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라며 넘기기엔 조금 심각해보이기도 한다.


남편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터라 넌지시 리더십과 동기부여 관련 책을 권했다.

“내가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인가?”

아차, 오늘은 잘못 넘겨 짚은 모양이다.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소맥 한잔이 들어가니 어렵게 입을 뗀다.

“나의 도덕적 신념에 위배되는 회사를 다닌다는 것이 쪽팔려.”

회사에서 어떤 사건 하나로 인해 자신의 윤리적 가치가 저울질 당하는 경험을 한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신념과 어긋나는 일을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상황이 치가 떨리게 싫었던 적이 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 나라를 구하는 일도, 생명을 구하는 일도 아니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편하게 일하고 월급이나 받아’ 라고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안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가볍게 넘겨버리면 내 속도 편하고 일 시키는 사람도 편한 법인데 고집을 부리다가 내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받고 겉으로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부하직원이 되고야 만다. 구부러지지 않고 있다가 꺾이고야 마는 류의 사람. 유유상종이라고 그런 사람 둘이 만나 살고 있다.


오늘 아침 짜증과 신경질을 한 바가지 던지고 나간 그는 미안했는지 아침에만 두 번이나 전화를 한다. 혼자 커피를 마신단다. 안쓰럽고 안타까운데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공감을 표시하면 ‘위로받을려고 한 말 아닌데.’ 라며 강한 척을 하고 열었던 입을 닫아버리려고 한다.

사극에 보면 왕에게 지혜로운 조언을 건네는 현명한 여인이 한 명씩은 꼭 나온다. 위로가 아닌 실질적인 조언을 해 주는 아내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 관찰일기 18082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