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깍쟁이의 신혼일기 (6)
살면서 경찰서를 방문해 볼일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에 필요한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딱 한번 방문해 본 적 있다. 경찰서의 첫인상은 낡고 차갑고 무서웠다. 건물은 많이 노후화돼있었고 서류를 떼는 창구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험한 인상의 형사님들이 계시는 형사과 바로 옆에 있었는데 죄지은 사람처럼 그쪽은 쳐다도 보지 못했다. 창구는 감옥같이 창살로 만들어진 작은 매표소 같았는데 마치 나쁜 거래를 하는 것 마냥 괜히 초조하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이만 성인이었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자애였기 때문에 처음 접한 경찰서 분위기에 압도당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다시 경찰서에 방문하게 된 건 남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경찰서는 전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작고 낡았다. (너무 낡아서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남편의 사무실은 경찰서 정문 사이드에 두 개의 컨테이너 박스가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이었다. 공사현장에서 쓰이는 그 컨테이너박스 말이다. 사무실 내부는 겉모습과 다를 거 없이 달랑 컴퓨터 몇 대가 올려져 있는 책상과 캐비닛 두 개가 끝이었다. 아무리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이라지만 이 정도로 형편없는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속이 상했다.
(이외에도 직원용 주차장이 없어 유료 주차장 이용, 당직 때 잠시 눈 붙이는 건 사무실의 라꾸라꾸 침대, 녹물이 나오는 샤워실, 본관에만 있는 화장실, 비품구매는 대부분 사비지출 등등 많다.)
남편이 근무하는 사무실 이외에도 종합민원실 같은 일반 시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장소가 매우 협소해 상담받는 사람, 전화하는 사람, 싸우는 사람등 여기가 경찰서인지 시장인지 모를 정도로 매우 번잡스럽다. 또 본관의 경우 구석구석 둘러보진 못했지만 80년대 지어진 건물을 군데군데 보수해 가며 사용하고 있어 사람만 없다면 살풍경스럽기 그지없다.
안타까운 사실은 나의 감상과는 전혀 상관없이 경찰서는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근무환경에 대해 물었을 땐 까라면 까야지!라는 경찰 조직의 문화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무던한 성격의 남편은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니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지만 아내입장에서 남편이 어떤 근무 환경에서 일하는지 알고나니 그렇게 속이 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오래된 경찰서를 재건축하는 곳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다만 남편이 근무하는 경찰서는 몇 년 전부터 멋있게 조감도까지 만들어놓고 삽도 뜨지 않고 있다. 삐까번쩍한 좋은 시설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기본적인 근무환경이라도 하루빨리 조성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