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아이들과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운전하는 나의 뒤에서 쌍둥이는
재잘재잘 즐겁게 떠들고 있다가
"엄마!"
"엄마 어릴 땐 초가집 살았어요?"
그 순간 운전하다 말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헛헛하기도 한 것이
무언가 슬픔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나는 아주 태연하게
잠깐의 생각을 잊은 듯
"그럼~ 엄마는 초가집에 살았지~"
"그리고 고무신을 신고 다녔어~"
이렇게 말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운전을 계속했다.
"하하하하~~ 엄마~~~~~!!!!"
초등 딸들은 그제야 나의 농담을 알아차리고는 신나게 웃는다.
다시 재잘재잘 둘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집에 돌아오고 아이들의 저녁과 일거리를 정리하는 내내,
낮에 아이들의 어이없는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던 나를 계속 떠올렸다.
아니 그 질문이 내 머릿속을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었다. 남편에게도 왠지 이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인정해야지~ 나는 이미 나이들었고,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아주 옛날의 시간 속에 살아왔던 사람이구나!'
뭐랄까? 가슴 한 구석이 쓰라리고 울컥하는 슬픔이 차오르는 나의 감정을 정리할 수 없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나는 참 나이 많은 엄마일 수도 있겠지. 아이들은 확실히 아름다움과 젊음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어린이집을 처음 등원하던 둥이들도 젊고 예쁜 선생님을 더 좋아했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의 엄마들 중 언제나 정확히, 젊고 예쁜 엄마를 찾아내곤 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가 생기는 줄 알았던 나는 34살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아이를 너무나 좋아하던 우리 부부는 정말 아이를 바로 갖으려고 가족계획을 세우고 기다렸지만 나에게 임신은 허락되지 않았다. 결혼 1년 후부터 배란 유도와 인공수정 4번, 시험관 시술 3번을 모두 실패. 이 시간들을 책으로 쓴다면 아마 가슴을치며 통곡했던 지옥 같았던 슬픔의 시간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시대의 비극이 나올 것이다. 이러한 고통의 시간은 결혼생활 6년을 차지했으며 기적처럼 쌍둥이 아이들은 모든 것을 진심으로 포기했을 때, 우리에게 기적처럼 와주었다.
이 사실을 나는 둥이들에게도 늘 말해왔고 지금도 내 인생의 기적은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연이 있기에 나는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되었다. 당연히 모든 엄마들의 모임에서도 늘 왕언니가 되었다. 다행인 건 내가 철이 많이 없는 편이고 너무나 현실감 없이 꿈꾸며 사는 사람인지라 보통 10년은 차이가 나는 엄마들 사이에서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종종 나에게 나이를 묻곤 했지만 괜한 미안함과 창피함에 늘 '엄마는 24살이야' 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거짓 나이는, 나의 조카가 20살이 넘고 나서는 아이들이 이상해해서 30살이라 말했고, 두 자리 숫자를 알게 된 딸들은 이제는 나의 정확한 나이를 스스로 학교에 내는 서류를 보고 알아버렸다. 그 이후 아이들은 종종 내게, 엄마 어릴 적은 어땠어요? 엄마 어릴 때는 이런 거 있었어요? 등등등. 수 없는 질문들을 내게 주었다.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잊고 살았던 여자의 느낌을 굳이 찾고 싶은 지금의 나는 아니다.
그러다 문득, 어느 순간순간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의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나의 나이가 적지 않음에 슬픔과 불안감이 같이 드는 날들이 있다.
농담처럼 '엄마는 초가집에 살았지~~'라고 대답했던 그 순간.
어쩌면 나이 듦을 슬퍼하는 나를 외면했던 시간들을 바라보게 되었던 것일까?
그 하나의 물음에 나는 한참을 생각하고 생각했다.
가슴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날아와 가격 당한 듯 무거운 슬픔이 저릿한 아픔으로 다가왔다.
나는 정말로 너무나 아팠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자꾸만 가라앉는 듯한 조용한 한숨이 계속해서 나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그래!!!! 난 나이 들었구나!!! 어린 시절 내가 엄마를 바라보며, 울 엄만 참 나이가 많은 사람이구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이제 나의 아이들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구나!
이 단순한 생각, 당연한 생각이 이렇게 슬플까? 이렇게 아플까?
아이들에게 내 나이듦에 대한 슬픔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태연히 농담으로 대꾸했지만, 난 그 순간 상처 받은 것이 분명하다. 그래 인정한다. 나는 상처 받았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간절하고 너무도 소중했던 나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생활.
나의 일을 하며 나로서 살아가는 삶을 살고자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는 나이지만
나도 나를 속이고 있던 슬픔은 그 날 나를 일깨웠다.
나를 사로잡은 막연한 슬픔과 불안은 나의 젊음이 사라지는 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어느샌가 희망과 꿈을 자꾸 잊어가는 나!
아이들과 함께 커가는 나의 시간을 더욱 잘 살아 보자!
엄마로서~ 나 자신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