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가진 자격증도 없고 재주도 없는데 나이까지 많아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르신이 찾아오셨다. 일단 무인발급기로 모시고 가 고용보험 가입이력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발급버튼을 누르니 공공근로와 기간제 일자리로 빼곡히 차 있는 내역서가 페이지를 넘겨 쭉쭉 출력되어 나온다. 이것저것 다했다는 그분 말씀대로다. 자리로 돌아와 말을 건넸다.
정말 열심히 사셨네요. 선생님의 인생이 보여요.
대화를 이어가며 이력서와 간단한 자기소개를 완성해 드렸다.
한 달쯤 지났나.. 자기를 기억하느냐며 전화가 왔다. 자신에게 열심히 살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다고 하셨다. 그냥 살았을 뿐인데, 고용보험 내용을 보니 지나간 세월이 스쳐 지나가더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아들이 방을 정리하다가 뽑아놓은 서류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엄마, 진짜 열심히 살았네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 여기면서 살았는데, 막상 알아주니 헛살지 않은 것 같아 눈물이 났다고 하셨다. 지금은 취업했고, 주민들이 먼저 인사도 해주고, 잘한다고 인정해 줘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하셨다.
저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일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하루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낸 세월이 따뜻한 한마디에 녹아내렸다.
어쩌면 우리는.. 거창한 말보다 사소한 위로가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