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농사짓기

by 인복천재

나에게 브런치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글쓰기가 처음부터 취미는 아니었다.

특기와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대답할 것이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굳이 생각해 내자면 스릴러와 SF 영화 보기를 좋아하고, 가끔 책 읽고, 그러다 산이나 바다를 보면서 쉬는 것을 즐겨하는 정도랄까.

남들 말을 빌어하자면 공부가 나의 특기이자 취미라던데, 그냥 하루하루 생존하려다 보니 부득이 공부를 병행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다 작년 초, 협업을 바탕으로 하는 신규프로젝트를 통과시켰고 시행을 앞두고 다른 기관과 묘한 기류가 생겨났다. 쉽게 말해, 일은 내가 하고 영광은 다른 곳이 받는(?) 그런 미묘한 모양새로 외압이 들어왔고, 난 졸지에 새우가 되어 등이 터져버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눈물 바람이었고, 다른 사람들 때문에 여기저기 떠밀려 다니느라 멘털이 털렸다.

일개 개미에 불과한 나는 아이디어 제공자라는 이유로 사이에 껴서 막상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진이 다 빠졌다. 너무 좋은 사업이라고 여기저기서 말했지만 직속 팀장은 지나친 회피형이었고, 눈과 귀를 닫았다.


-그러게, 시키지도 않은 일 공익을 위한답시고 괜히 벌여서..


나는 결국 내 발등을 있는 힘껏 내리찍은 꼴이 되었다.




그 당시, 뭐라도 나의 신경을 앗아갈 것이 필요했다.

자리에 있기 힘들어 연가를 써댔다. 그리고 그 시간에 도서관으로 가 논문을 썼다.

직장에서 버텨내기 위해 몇 시간씩 계속 조퇴를 하면서 나의 신경을 의도적으로 다른 곳에 집중시켰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그때부터였다. 글을 쓸 때는 스트레스 상황이 전혀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을 깨달은 시점이.

그리고 난 글쓰기를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자 취미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책 읽기도 좋아해 언젠가 책을 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진 않았는데,

등이 터진 새우꼴이 되고 나서야 한 발짝 내딛는 계기가 되었다.

나름 전화위복인 것인가.


이제 브런치는 나의 새로운 세상이 되었다.

삶을 지탱할 수 있도록 땅을 만들어주는 브런치에서

나는 온갖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씨앗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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