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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고양이 Nov 08. 2021

나 인턴, 돼지국밥 먹고싶다

이것은 필사적으로 잠에서 깨기 위한 새끼 인턴의 과몰입5

배가 고픕니다.

오늘은 돼지국밥이 먹고싶습니다.







 비가 옵니다. 어제가 입동이었는데 어제는 날이 따뜻했습니다. 오늘 비가 오면 날이 확 추워지려나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출근하니 춥고 배고픕니다. 날씨부터 작정하고 우중충하면 뜨끈한 국물로 뱃속을 채우고 싶습니다. 그 중 하나가 돼지국밥입니다.




 국밥의 핵심 뚝배기

돼지국밥은 뚝배기에 먹어야합니다. 포장해와서 집에서 끓여먹어도 맛있지만 어쩐지 식당에서 바로 먹는 그 맛이 살지 않습니다.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여먹어야 맛이 사는 것 처럼 돼지국밥은 뚝배기에 먹어야합니다. 


불 위에서 바글바글 끓다가 바로 나온, 테이블에 올려놓아도 부글부글 끓어 주위로 기포가 튈 만큼 뜨겁게 끓는 돼지국밥이 좋습니다. 그래야 양념을 하고 몇번 휘저은 다음 입에 넣었을 때까지 따뜻하거든요. 식객에서 본 적이 있는데(아마 설렁탕 편인가 그랬을 겁니다.) 주방에서 일하다 창업을 하겠다는 주인공(늘 등장하는 진짜 주인공 성찬이 말고요)에게 식당사장이 음식을 내와보라 말합니다. 주인공은 지금까지 다진 모든 내공을 쏟아부어 요리를 만듭니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국물의 온도 때문이었습니다. 뚝배기에 담기 직전의 온도는 적당한 온도였지만 테이블로 내가는 순간 식는 온도는 계산하지 못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뭐 이런...미식의 세계가 다 있나 싶었습니다. 식으면 얼마나 식는다고, 조선시대나 호텔뷔페처럼 주방이나 부엌이 엄청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닌데 유난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숙사에와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자마자 느꼈습니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구나.


기숙사에는 커뮤니티룸에 전자레인지가 있습니다. 1층부터 4층까지만 커뮤니티룸이 있고, 그 위의 층은 음식을 데우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합니다. 운 좋게 1층에서 4층으로 호실이 배정된다면 음식을 데워 방으로 가져오는데 큰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만, 5층이나 7층 이렇게 높은 층에 호실이 배정되면 음식을 데우고 호실로 올라올 때쯤 그릇만 뜨겁고 그릇안의 내용물은 적당히 식어버립니다. 본디 따뜻한 걸 좋아하는 인간은 이런 '식음'을 참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고 기본으로 돌려야하는 시간에서 +30초, +1분을 더 돌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양념, 다대기

우리나라의 국밥집은 어지간하면 국물맛은 다 평균 이상입니다. 가끔 잡내나 이상한 모양의 고기가 들어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국물요리'는 실패하지 않습니다. 먹을 수만 있으면 김치로 담아보고 밥을 비비고, 말아먹는 민족에게 국물은 믿고 마시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입니다. 간혹가다 배신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국밥을 화룡점정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다대기라 부르는 양념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지방에서는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전부 다대기라고 부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서울친구에게 '다대기 좀 건네줄래?' 묻자 동공이 크게 흔들리며 손이 양념통 위를 방황하다 천천히 집어 건네주는 것을 보니 한번에 못알아들은 것이 분명합니다. 


양념을 적당히 섞으면 뽀얀 국물이 살구색으로 변합니다. 감자에 소금, 홍차에 설탕을 넣는 것 처럼 국물에 적당량의 다대기는 풍미를 끌어냅니다.



 부추

돼지국밥에 부추가 들어가지 않으면 섭섭합니다. 자고로 붉은 것이 오면 푸른 것도 함께 오는게 자연의 이치 아니겠습니까. 주위를 둘러보세요. 꽃과 나무만 봐도 그러지 않나요? 단풍이 다 들어서 모르겠다고요? 그럼 할 수 없죠 뭐. 


돼지고기는 찬 성질이니 따뜻한 성질을 곁들여 보완해야합니다. 부추가 그러합니다.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라고 부르는데 전 정구지가 표준어인줄 알았어요. 뭔가 어려운 말 같아보이잖아요. 어쨌든 이 부추를 넣어줍니다. 그럼 살구빛을 띠는 국물에 푸릇한게 들어가면서 더 먹음직스럽습니다. 부추는 금방 숨이 죽기 때문에 한웅큼 집어넣어도 젓가락질 두번이면 없어질 만큼 줄어듭니다. 그러니 부추는 많이 넣으세요. 피도 맑게 하고 피로도 풀게 해준다니 얼마나 좋습니다. 








 어렸을 때는 많이 먹으면 잘한다, 어른스럽다 칭찬해줘서 배불러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그 결과 식당 1인분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어른이 되었죠. 물론 대학오면서 식이조절을 했고 드디어 식당 1인분이면 배가 부른 상태가 되었으나 푸짐하지 않으면 마음 한 쪽이 헛헛한 것은 사실입니다. 위는 '주인아 그만하면 됐어' 말하지만 머리는 '아직 더 들어갈 수 있다 지지마 힘을 내'라고 말하거든요. 그럴 때는 찬물을 홀짝이며 입을 달래봅니다. 지금까지 뜨뜻한 것이 들어갔으니 이제 음식은 끝났다, 이런 의미를 가진, 위장과는 합의되지 않은 뇌만의 약속입니다.


언제부턴가 날씨가 추워지면 국물요리를 무조건 챙깁니다. 따뜻하고 속이 편안한 걸로요. 물론 돼지고기는 찬 성질이라고 하지만 당장 입속으로 들어가는 국물은 따뜻하잖아요. 가성비도 이만한게 없죠. 물론 기숙사, 자취생에게 진정으로 가성비 음식은 따로 있는데... 그건 내일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국밥 상상만으로 배가 부르니까요.



사실 뻥입니다. 배고파요.

뜨끈한 돼지국밥 한 그릇 먹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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