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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고양이 Dec 08. 2021

나 인턴, 핫초코 먹고싶다

이것은 정신적 허기를 달래기 위한 새끼인턴의 먹부림2

배가 고픕니다.

오늘은 핫초코가 먹고 싶습니다.










사실 팀장님이 음료쿠폰을 줬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을 핫초코로 시작할겁니다. 물론 회사 앞 카페에는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전부 일맥상통하는걸요. 날이 풀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늘하고 추운 아침, 따뜻하고 부드러운 핫초코가 먹고 싶습니다.



자판기 핫초코

놀토가 존재했을 시절 아빠를 따라 주말에 회사에 따라가곤 했습니다. 회사에 가면 아빠는 늘 짜장면을 사줬거든요. 동료컴퓨터로(성함은 모르지만 감사했습니다. 당신의 모니터로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곰티비에서 하는 무료애니메이션 영화도 볼 수 있었고, 제일 좋은 것은 자판기에서 핫초코를 뽑아준다는 거였습니다.


자판기의 핫초코는 사실 들어가는 재료가 조악하기 그지없습니다. 탈지분유와 설탕, 코코아가루, 그리고 뜨거운 물. 사실 더 안 들어갈 수도 있고 제가 모르는 다른 것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것들이 섞이면 달달한 싸구려 핫초코 맛을 냅니다. 그것은 단 것이 좀처럼 허락되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죠.


그게 200원인가, 300원인가 했을 겁니다. 지금은 얼마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자판기 근처에 가지 않은 게 너무 오래되어서요. 요즘 횟집에 있는 자판기는 코로나다 뭐다 해서 막아두고, 또 그런 곳의 자판기는 돈 넣을 필요 없이 누르면 자동으로 나오니까요. 어쨌든 어릴 때는 500원이 참 커보였습니다. 아빠가 숙직할 때 모아둔 500원을 쥐여 주며 핫초코 마셔가며 일하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철이 없었죠.



고3의 진정제

달달한 것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만약 불행한 사람이 달달한 것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행복해지냐고요? 무슨소리입니까. 마이너스에 플러스 들어갔다고 무조건 값이 플러스로 나오나요? 하지만 0에 수렴은 가능합니다. 적어도 불행한 상태에서는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준단 것이죠. 편의점 핫초코는 고3에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하필 반 배정이 편의점과 가장 먼 복도 끝에 받은 터라 늘 뛰어야했죠. 하지만 고3이 어떤 존재입니까. 모든 것을 초월하지 않습니까. 종 땡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서 핫초코를 3~4개쯤 품에 안습니다. 그리고 천원짜리 지폐 몇장을 흔들며 ‘아줌마! 계산이요!’를 외쳤죠. 얼마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편의점 간식이라고는 몽쉘이 300원에서 400원으로 올랐다는 것 뿐입니다. 왜 기억하냐고요? 저때 가격이 올라서 학생들 단체로 화냈거든요. 1,000원이면 3개를 사먹을 수 있는 걸 2개만 사먹게 되었으니 화를 안내고 배깁니까. 


어쨌든 핫초코를 산 다음 뚜껑을 엽니다. 편의점 핫초코는 밖에서 파는 라떼처럼 종이컵과 위에 뚜껑, 빨대가 세트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핫초코 믹스가 들어있죠. 뜨거운 물을 받아 잘 저어 조심조심 복도를 올라가면 수업이 시작합니다. 그럼 이제 몰래 핫초코를 호록호록 마시며 수업을 듣는거죠. 2학년때는 꿈도 못 꾸는 일입니다. 어딜 수업시간에 뭘 마시나요. 하지만 고3은 됩니다. 고3이니까요.



찾았다 내 사랑

그렇게 모든 카페에 들어가면 커피대신 초코라떼, 핫초콜릿, 초코음료를 시키던 차에 진정한 핫초코를 발견하고 맙니다. 바로 ‘핸즈커피’에서였습니다. 본가에서 빈둥거리며 놀다 가족과 함께 카페에 갔을 때 만나게 된 녀석이죠. 핸즈커피 초코라떼(이 이름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튼)는 아주 극악무도한 녀석입니다. 이 아이는 제티맛이나 가루의 맛이 나지 않습니다. 진짜 초콜릿의 맛이 납니다. 핫초코, 즉 핫초콜릿의 정석으로 데운 우유에 초콜릿을 넣은, 적당한 점성과 달달함 그 풍부함을 모두 갖춘 녀석이란 말이죠.


저는 흥분을 금치 못했고 서울에 와서 핸즈커피를 찾았습니다. 그때의 맛을 또 느끼기 위해서요. 하지만 저는 몰랐습니다. 서울에는 핸즈커피가 없다는 것을. 핸즈커피는 경상도에 본점이 있습니다. 대구에 본점이 있는 신전떡볶이처럼 말이죠. 저는 다시 한 번 대구가 발전된 도시라는 것을 느끼며(???:서울에는 핸즈커피도 없지?) 입맛만 다셔야 했습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날에는 핫초코를 마셔줘야 합니다. 아니면 슬픈 일이 있거나, 정반대로 기분이 좋아 가슴이 콩닥거리는 날 어떤 날에도 핫초코는 어울립니다. 겨울날에 상상되는 그림이 있잖아요. 벽난로에 혹은 창가 소파에 앉아서 담요를 두르고, 따뜻하고 폭신한 분위기에 싸인 채로 마시멜로를 띄운 핫초코를 홀짝거리는 것. 상상만으로도 달콤해집니다. 연말분위기가 낭낭한 장면이죠.

오늘은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습니다.





배가 고파요.

핫초코 먹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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