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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라로 Aug 26. 2023

노을이 지는 오후,  스위스의 호수에서 수영을 하다

스위스 하면 알프스 산맥의 푸르른 산속의 샬레 혹은 체르마트 같은 유명 스키 리조트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스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스위스의 투명하고도 투명한 호수들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호수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도 아침이나 낮시간쯤 더위를 시키러 호수에 가 수영을 하곤 하는데 어제는 처음으로 오후 노을이 지는 시간에 호수에서 수영을 하게 되었다. 오후쯤 되면 혹시 사람들이 좀 덜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과 온 가족들, 퇴근을 하고 온 직장인들, 제네바를 찾은 관광객들 등으로 호수가는 여전히 바빠 보였다. 나 역시 퇴근을 한 신랑이랑 만나 같이 하루일과에 대해 수다를 떨며 수영준비에 들어갔다. 준비해 온 수영복을 꺼내 입고 사람이 없는 자리의 우리들의 돗자리도 펼쳐놓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며 바라본 오후의 호수는 평상시 강렬한 태양 아래 수영하던 호수 초록빛 호수가 아닌 노을빛을 머금은 황금빛 호수가 되어 찰랑이고 있었다.



하루종일 열심히 일했던 태양이 반식용을 즐기는지 호수가 노을빛 하늘색으로 점점 더 물들어 가고 찰랑거리는 황금빛 물결 속에 몸을 담고 수영을 하고 있으니 나도 그리고 몰 속의 사람들도 호수가 아닌 노을 진 하늘에서 꼭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늘과 호수의 경계선이 없는 듯한 이 공간에 있다는 게 꼭 호수에 취한 듯 몽환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침 수영 태양아래 수영이 아닌 노을 진 하늘과 함께하는 오후수영의 묘미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호수 속 작은 물고기들이 발사이로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너희도 이제 자러 가야지. 요리조리 귀여운 물고기들을 보고 나니 내가 노을 속이 아닌 호수 속에서 수영을 했다는 게 실감 났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의 하루는 아름답지 않은 시간이 없다. 새벽녘 동이 트는 예쁜 색감의 아침하늘, 강렬한 태양이 함께 하는 한낮의 파란 하늘, 그리고 노을을 머금고 밤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오후의 파스텔 빛 하늘, 마지막으로 달님과 별빛이 반짝이는 밤의 하늘 등 나름대로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하늘은 시간대에 따라 뽐낸다.


그래서일까 스위스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거울처럼 하늘의 모든 변화를 머금고 보여주는 맑은 호수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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