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길을 걷는 것 만으로 문득 삶의 감사를 느끼게 하는 장소와 공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장소중 하나가 바로 여름의 스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꼭 특별한 어떤 이벤트나 페스티벌이 있어서가 아니라 녹음이 가득한 공원 속 여름의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 호숫가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이런 게 삶의 여유이자 행복이겠지 하는 생각을 불러온다.
공원 호수 할 것 없이 햇빛아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종종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유럽사람들은 태닝을 정말 좋아한다. 여름의 태양은 정말 강하고 뜨거운데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공원과 호수가 바닷가에 누워 여름태양을 맞이한다. 명소 혹은 그곳의 풍경이란 것을 완성해 주는 것은 어쩜 자연과 어우러진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아름다운 여름공원과 호수의 풍경 속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 계절의 특성을 극대화시켜주고 더욱 역동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어 넣기도 한다.
스위스의 여름은 자유롭다. 뱃살이 나왔건 옆구리 살이 삐져나왔건 나이가 많아도 몸이 드러나는 다양한 수영복을 입고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멋진 몸매 예쁜 몸매가 아닌 면 가려야 한다는 강박이 없고 사람의 몸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여 좋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나도 수영하러 갈 땐 부담 없이 비키니를 입고 수영을 즐긴다. 푸른 하늘아래 시원한 물속에 헤엄칠 때 자유롭다는 느낌이 최상에 이른다. 엄마 뱃속 양수의 기억 같은 것 때문일까 물속에서 수영할 때는 자유로움과 알 수 없는 포근함을 주기도 한다. 단 너무 깊고 차갑지 않은 물속이라면 말이다.
종종 스위스를 지상천국이 라들 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꼭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수영할 수 있는 깨끗한 호수들이 여기저기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수영장 갈 때마다의 비용 및 수영물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부담 없이 바닥 밑까지 깨끗이 보이는 스위스의 맑디 맑은 물에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거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스위스 사람들은 알까.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 마시며 사는 것 많으로도 스위스의 비싼 물가 값은 다 커버된다고 난 종종 농담을 하곤 한다.
호수가는 친구들끼리, 가족끼리, 연인끼로 그룹 지어 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혼자 오는 사람들도 꽤 된다. 뭐 일상이니 굳이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 같은 거 없이 혼자 와서 시간을 보내다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절대 외로워 보이지도 않다. 유럽사람들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잘 안다. 공원 호숫가에 보면 혼자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도 유럽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이렇게 공원이나 호수가 근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혼자 작은 돗자리를 펴고 챙겨 온 과자를 먹으면서 책을 읽고 있을 때 종종 느껴지는 보드라운 바람까지의 불어오면 환상의 하모니가 따로 없다.
스위스의 공원에선 혼자만의 시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공원에서 운동하는 모습도 자주 접할 수 있다. 다 함께 공원에서 요가를 한다던지 혹은 몸으로 성 쌓기를 한다던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공원 한 바퀴만 돌다 보면 마주 할 수 있다. 종종 이런 말 하지 않나 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 난 그게 정말 스위스에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걸어 나가도 볼 수 있는 여행 같은 광경들. 언제든지 기차에 몸을 실어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풍경들. 특히 스위스 혹은 유럽의 여름은 낭만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꽃들과 녹음 그리고 활기찬 사람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여름이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