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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엔 공유 책장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책 읽기.

by 리라로

영국의 튜브를 타면 심심치 않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뭐, 영국의 튜브는 지하로 들어가면 인터넷이 안 되니까 책이라도 읽자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영국 사람들은 공원이나 휴가지에서도 책을 읽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슨 휴가지까지 가서 책을 읽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세상 편한 자세로 바닷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있으면 그야말로 행복한 경험이 된다. 물론, 독서를 좋아한다면.


스위스에서도 이런 독서 사랑 문화는 계속된다. 스위스의 길거리를 걷거나 기차역, 동네의 큰 마트에 가면 쉽게 공유 책장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책을 가져가거나 남겨둘 수 있는 열린 도서관 같은 공간이다. 대부분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공원 벤치 옆의 작은 나무 서가, 공중전화 부스를 개조한 책장, 심지어 대형 옷장 형태로 된 것도 있다.



스위스의 기차역 등에서는 좀 더 깔끔한 공유 책장을 만나볼 수도 있다. 이 공유 책장은 스위스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취리히(Zürcher Bücherschränke), 제네바(Livre Échange) 등 여러 도시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길을 가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자유롭게 가져가서 읽을 수 있고, 다 읽은 후에는 다시 반납하거나 새로운 책을 남겨두면 된다. 덕분에 스위스의 기차역이나 공원에서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 문화는 환경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처음 공유 책장을 스위스에서 보았을 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종이책을 읽다 보면 종종 집 책장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책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책들은 공유 책장에 두어 이 책이 필요한 누군가가 읽을 수 있도록 하면 좋다. 그리고 나도 내가 필요한 책을 가져와 읽으면 되니까 말이다. 물론 나는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아직 잘 못해서 종종 영어로 쓰인 책이 없을까 하고 확인해 보곤 한다. 가끔 영어책이 있기도 하지만, 꼭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해 굳이 가져가지는 않는다. 언젠가 내가 읽고 싶은 책도 공유 책장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계속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공유 책장이 가능한 이유가 스위스 사람들의 독서를 사랑하는 마음과 공동체 의식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꾸준히 자신이 읽지 않는 책을 공유하고, 또 다른 사람이 가져다 놓은 책을 관심 있게 읽어 보는 순환이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공유 책장 문화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가끔 생각지도 못하는 책들을 만나는 순간들이 길가에 이렇게 있다니, 스위스의 아름다운 알프스 광경만큼이나 나름 멋진 낭만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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