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에서의 한 달 살기 : 평범한 날의 고귀함

일곱 번째 이야기

by 리라로

그건 어쩌면 오래전부터 내 손안에 있었던, 이제야 반짝임을 알아본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한 달쯤 머무는 동안, 나는 조금씩 달라진다. 서울의 거리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단정하고 세련됐다. 그래서일까. 잠깐 외출을 나설 때도 나도 나름 옷차림에 신경을 쓰게 된다.


실제로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 브이로그를 보면, “한국 사람들은 내가 가본 나라 중 옷을 가장 잘 입는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집 앞 시장이나 마트 갈 때 한국처럼 편하게 입고 다니고 있는 나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슬리퍼에 반바지 혹은 편한 홈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지만 조금만 외출 모드로 바뀌면 다들 패션쟁이들이 되어 있는 듯했다. 나 역시 매년 여름 한국에 올 때마다 ‘외국인 모드’로 리셋되었다가, 한 달쯤 지나면 다시 서울물에 익숙해져 있다. 서울 도시의 공기 속에는 사람을 세련되게 만드는 어떤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 그건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게 아니라, 어쩌면 ‘나도 이 사회의 일부’라는 걸 무언으로 증명하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요즘 핫하다는 명품과 좋은 브랜드로 자신을 꾸미려 하고, 어느새 같은 가방과 패딩등을 장착한 소위 트렌드를 잘 따르는 사람들을 자주 길가에서 보게 될 때도 있다.


다른 듯 닮은 풍경 속에서, 우리는 ‘평균 이상의 나’를 증명하기 위해 분주히 걸음을 옮긴다. 그러고 보면 한국 사회는 ‘중간’이라는 단어에 인색하다. 무언가를 하려면 늘 최고여야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고 기본룰로 정해져 있기에 어쩜 저리도 싶을 정도로 쥐어짜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세계적으로 빠른 발전을 이루었지만, 정작 그 속에서 ‘적당히 행복한 법’을 잊어버린 듯하다. 명문대, 대기업, 강남 아파트, 샤넬백. 이런 좌표들이 부나 성공의 기준이 되다 보니, 그곳에 닿지 못하면 아무리 충실한 삶을 살아도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나는 괜찮다고 한들 그런 기준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에 의해 정의되기도 한다.


한 번은 한국에서 오신 분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중 한 분은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분은 잠시 유럽에서의 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어 유럽에서 살아보기를 도전 중이셨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리라로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오랜 해외생활중이고 현재는 스위스에서 생활중 입니다. 교육, 여행, 해외생활에 대한 다양한 글을 나눕니다. 말랑 말랑한 감성에세이를 종종 끄적이기도 합니다.

37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