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쉬다 올게요.
군생활 2년, 어학연수 1년을 하고 4학년 2학기에 나름 대기업에 취직을 확정 짓게 되었다.
12년 1월부터 지금 23년 7월까지 쉬지 않고 13년째 출근을 하고 있다.
어릴 적 많은 꿈이 있었지만,
성적에 맞춰 대학교를 가고, 학과를 정하고,
취직은 전공과 관련이 없는 곳으로 하였다.
지방대 출신에, 사업을 할 배짱도 자금도 없고,
다른 목표를 가지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에
정년퇴직 때까지 쉬지 않고 회사에서 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일주일 전 회사에 1년간 휴직을 하겠다고 얘기를 했고,
이제 한 달 후인 8월부터는 1년간 가정에 충실해 보기로 결정을 하였다.
적어도 두 달 이상은 매주 고민을 해왔던 것 같다.
이렇게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이다.
나에겐 두 명의 자녀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 이제 24개월이 다 되어가는 아들.
첫째 딸은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약간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보내주는 유치원 생활 사진이나 영상을 봐도 친구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에 가끔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전체 달리기라던가, 다 같이 게임을 할 때 조금 뒤에 빠져서 구경만 하는... 그리고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를 할 때도 목소리가 너무 기어들어가서 영상 속에서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은...
"우리 딸 내성적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8살 사립초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1년 동안 이런 행동은 더욱더 심해졌다.
반 인원 전원이 릴레이를 하는 체육 시간에 바통을 받고도 뛰지 않는다든가, 수업시간에 목소리가 너무 작다라던가, 굉장히 기초적인 물음에도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지 않는 경우까지...
하지만 1학년이 끝나가는 마지막 달에는 앞에 나가서 발표도 하고, 팝송을 2절까지 반 친구들 앞에서 부르기도 했기에... 이제 적응을 다 하였나 보다 하고 안도하게 되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된 후 담임 선생님이 잘 맞지 않아서일까, 아님 같은 반 친구들과 맞지 않아서일까...
수업에 참여하는 빈도가 더욱더 줄었고, 반년동안 담임섬생님은 내 딸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으니...
그리고 9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모든 것들에 의욕이 없다며...
그래서 담임선생님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우리에게 심리 검사 등을 받아보길 권유를 했다.
그리고 내가 방과 후 학부모 참관수업을 갔을 때,
영어시간에 "how are you?"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다른 아이들은 "so so", "great", "good", "not bad"라고 답할 때 우리 딸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도 하지 않고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을 보았다. 반아이들이 ppt 화면을 보며 다 같이 영어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때도 우리 딸만 50분 내내 전혀 집중도 하지 않았고, 책상을 피아노인양 손가락으로 계속 치고,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답답했다.
풀배터리 검사라고 종합 검사를 받아보았다.
그 결과, 안 그래도 내향적인 아이에게 생활의 변화가 너무 많았기에 적응이 힘들었을 거라고 상담사님이 말씀을 하신다. (5살까지 부산, 6살 서울, 7살 부산, 8살 서울 생활 등 이동이 잦긴 하였다)
그리고 가정에서 본인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며 자라고 있다고 딸이 생각한다는 결과.
이 것이 충격이었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퇴근이 늦긴 했으나, 퇴근 후 아이에게 나름 엄청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주말마다 어디든 함께 나가서 시간을 보내기에 아빠로서의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 여니가 그린 가족 그림 ]
가족 구성원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네 명을 그리기는 한다.
동생, (한참 뛰어다니는 동생을 기어 다니게 그린 것도 심적인 것 같다)
인상 쓰고 있는 엄마, 인상 쓰고 있는 아빠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본인이 아니라...
눈코입이 없는 아빠를 하나 더 그렸다.
본인은 없다. 가족 구성원에 본인을 그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많이 아팠다.
"왜 아빠가 둘이야?"
"하나는 착한 아빠고, 하나는 화난 아빠야"
"넌 어딨어? 우리 가족에 왜 여니가 없지?"
"난 없어~"
[ 여니가 그린 남자아이(좌), 여자아이(우) ]
그리고 사람을 그릴 때 언젠가부터 눈코입 그리고 손과 발을 그리지 않기 시작했다.
(겉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성향, 능동 /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라고 한다)
일단 놀이치료든 그림치료든 꾸준하게 하는 것을 전문가 선생님은 권장하였으며, 더불어 부모님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하셨다. 더 늦어지기 전에 가정에서든, 외부에서든 당당하게 본인을 표현할 수 있게! 그리고 마음에 안정을 줄 수 있게!
돌이켜보면 첫째를 케어한다는 게 결국 매일마다 숙제 검사, 학습지 검사였고, 어린 둘째에게는 늘 웃으며 같이 놀아줬으니, 이러한 행동들이 첫째를 외롭게 만든 게 아닐까 생각이 된다.
그래서 난 휴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