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고 싶다

엄마와의 열두 번째 이야기

by 스카치

https://youtu.be/7F3to9PLSOQ


그 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7월 말이 되자 사람들은 앞 다투어 서울을 떠났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볕 좋은 거실에 누워 하릴없이 시간만 보냈다. 냉방병 탓에 에어컨도 켜지 못했다.


좀 전까지 엄마는 (따로 살고 있는) 큰 언니와 전화 통화를 했었다. 통화가 끝나고 헤드폰을 벗겨드렸더니 엄마의 작은 눈이 동그래졌다. 방금까지 머리맡에 있던 큰 언니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 막 전화를 끊은 것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쉽게 납득하지 못하셨다. 엄마의 뇌 회로는 마구 엉켜 있었다.


아직도 애타게 큰 딸을 찾아 헤매고 있는 엄마의 땀을 식혀주고 싶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해변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엄마는 아직도 영상과 현실을 명확하게 구분해내지 못하셨다.


일단 해변은 동남아로 정했다. 엄마가 직접 가본 곳이니 지중해보다는 감정이입이 쉬울 것 같았다. 야자수는 물론, 해먹도 등장하면 좋을 듯했다. 사운드는 음악 대신 자연 바람, 파도 소리, 새소리를 골랐다.


선택이 끝나자 준비된 영상을 천장으로 쏘아 올리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엄마, 우리 바닷가 왔어.” 엄마는 나를 가만 쳐다보시더니 한 말씀하셨다. “엉터리 방터리네.”


이럴 땐 어찌나 똑똑하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