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1RDRjQrw788
매일 아침, 엄마는 미지근한 물을 가져다주셨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방긋 웃곤 했는데, 엄마는 그 미소를 참 좋아하셨다. 물을 다 마신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부엌 쪽에서 자박자박... 엄마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끔 까먹는데, 엄마도 이렇게 혼자 걸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내가 아침마다 물과 약을 챙긴다. 엄마는 안 먹겠다고 버티기도 하고 춥다며 일어나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예전에 엄마는 가끔 내게 짜증을 내셨다. 시작은 달랐지만 마무리는 언제나 같았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 앞으로 10년을 살지, 20년을 살지 누가 알아?”
되는 일도 없고 그만큼 생각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엄마의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짜증이 난 데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 바람에 나는 드라마 같은 대사를 치고 말았다. “엄만 얼마나 살지 그게 두렵겠지만 나는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10년, 20년, 그 이상의 시간들이 너무 무서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비장해서 실소가 나올 지경이지만 당시 엄마의 입을 막는 데는 성공했다. 나의 서늘한 기에 눌리셨는지 엄마는 두 번 다시 삶과 죽음 같은 거창한 얘기를 입에 올리지 않으셨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그 이상의 시간들이 흘렀다. 기특(?)하게도 엄마는 생각보다 무지 오래 살고 계신다.
힘들 때는 편의점 앞에 서있었던, 그 날을 생각한다. 병원과 집 사이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마침 1+1 초콜릿 세일 행사가 있었다. 엄마가 즐겨 드시는, 바삭한 와퍼가 들어있는 초콜릿도 포함되어 있었다. 반가워서 가게 문을 열다가... 순간, 멈칫~ 했다. 어쩐지 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잔머리를 굴리면 벌을 받을 것 같았고 그래서 다신 엄마가 이 초콜릿을 먹지 못하게 될 것만 같았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땐 그런 기분이 들었다.
퇴원 후 식성이 변해버린 엄마는 더 이상 초콜릿을 드시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거의 3년을 함께 하고 있다.
그렇다고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견디면서까지 살아계시길 바란 적은 없다. 나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쪽이라서, 무리해서 붙들고 있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욕심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병실에서 기저귀를 갈 때마다 비명을 지르시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내 꿈은 그저 엄마가 고통 없이 가시는 거다. 어느 날 내 옆에서, 내 몸 어딘가에 손을 얹고 편하게 가셨으면 한다. 유언 같은 거 할 틈도 없이 편안하게.
앞으로 나쁜 일이 많을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일도 있을 것이다. 미치도록 괴롭고 힘든 일 투성이겠지만 하지만... 가끔은 좋은 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는... 조금 행복하다고 느낄 지도.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는 자주 웃는다.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둘러보면... 세상에는 웃을 일들이 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