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노래

엄마와의 열여덟 번째 이야기

by 스카치

https://youtu.be/FF8DFGDdKNE


나는 체온계를 믿지 않는다. 유명 회사 제품들을 두루 써봤지만 오류 투성이었다. 그래서 엄마의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하고 싶을 때, 나는 엄마에게 이 노래를 불러준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나와 내 동생 낳아주시고

사랑과 수고로 길러 주시네


상태가 좋을 때 엄마는 까닥까닥 박자를 타가며 신나게 따라 하신다. 기운이 없을 때는 마지못해 입만 벙긋, 그저 시늉만 하신다. 그리고 우리가 목청 높여 불러도 못 들은 척하시면 틀림없이 어딘가 안 좋으신 거다.


나는 엄마에게 자주 노래 부르기를 청한다. 주치의 쌤이 머리 쓰는 일을 권하셨기 때문이다. 퇴원 직후에는 매일 색칠공부를 했는데, 두통 탓에 계속 이어갈 수가 없었다. 대신 시작한 것이 노래 부르기였다.


우리 집 인기 차트 1위는 제목을 알 수 없는 이 노래다.


기가 차고 매가 차고

학생이가 공을 차고

동냥아치가 주전자를 차고

순경이가 깡통을 차고

(song by 우리 엄마)


순경 대신 순사가 나오는 버전이 있는 걸로 보아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노래인 것 같다. 나는 특히 ‘학생이가’ ‘순경이가’ 하는 부분을 좋아한다. 조사가 두 개나 붙는 게 신기한데, 특히 엄마의 발음이 너무 귀여워서 한동안 우리 집 최고 유행어가 되었다. ‘이 된장국, 맛이가 있어.’ ‘우산이가 너무 작아.’ 주로 이렇게 응용되었다.


산골짜기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다람쥐야 다~ 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팔~딱 팔딱팔딱 날도 참말 좋구나



최신 메가 히트곡은 ‘다람쥐’라는 노래인데, 이 곡은 주로 이어 부르기 형태로 부른다. ‘산골짜기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다람쥐야 다~ 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하고 내가 선창을 하면, 엄마가 바로 이어받는데, 가사가 변형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 산토끼의 멜로디가 붙는다. ‘팔짝팔짝 뛰면서 어디로 가느냐’


두 노래가 합쳐지는 부분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두 개의 원곡이 어떤 것이었는지 나도 헷갈릴 지경이다.


엄마가 혼자 불러도 재미있다. 이 노래가 원래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에 엄마가 하나하나 이야기를 덧붙여 가는 모양새인데, 어느 순간부터 길을 잃어버린 엄마의 노래는 끝도 없이 계속된다.


팔짝팔짝 뛰어서 소풍을 갔는데

소풍을 갔는데~ 거기다 도시락을 갖다 줘야 하는데


이때 조카까지 합세해서, 무슨 반찬인지 도시락은 누가 가지고 가는지 등을 시시콜콜 캐물으면

엄마의 고민은 깊어진다.


산에 사는 다람쥐가

도토리 반찬 도시락을 가지고

소풍 간 곳에

팔짝팔짝 뛰어서 가는데~


육하원칙에 가까운 상황 설명을 하느라 엄마의 노래는 랩도 아니고 타령도 아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한 노래가 되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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