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왔다!

엄마와의 두 번째 이야기

by 스카치

https://youtu.be/MCX0LiksghQ

엄마와 사랑에 빠지다 음성


엄마가 집에 돌아왔다.


5년 넘게 살았던 이 집을 엄마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와 관련된 우리의 추억도 물론 삭제되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돌아왔다는 거니까.


식사 준비 내내 설렜다.


작은 언니와 조카를 포함한, 네 사람의 첫 식사는 상상했던 것보다 신박했다. 일단, 엄마는 모든 것이 느렸다.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 나오는 나무늘보와 식사를 한다면 바로 이런 그림일 것 같았다. 속도에 관한 한, 대체로 인내심이 많은 나조차도 조급증이 느껴졌다.


느림 속에서도 텐션은 존재했다. 숟가락, 젓가락을 쥐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밥알을 집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선택한 반찬을 집어서 무사히 입에 가져가는 부분에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와중에 반찬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휴우~ 다시 무한의 시간이 흘렀다. 내가 집어주려 하면 엄마는 한사코 모든 도움을 거절하셨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함과 지루함, 얼핏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상황이 무한반복되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좋았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내가 물과 컵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조카가 소리를 질렀다. 엄마가 두툼한 쌈을 막~ 입에 넣으려던 참이었는데, 양배추 위에는 곱게 접은 종이 냅킨이, 그 위에는 하얀 밥이, 그리고 또 그 위에는 병원에서 처방해준, 알록달록 조화로운 색상의 알약들이 보기 좋게 올려져 있었다. 우리가 쌈을 수거하자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포기해야 했던 엄마의 표정은 조금 언짢아 보였다.


엄마의 약 보관함


자기편이 없다고 느꼈는지 엄마는 편이 되어줄 누군가를 소환해냈다. “근데... 걔는 왜 이렇게 무심해? 어떻게 한 번도 안 들여다볼까?” 대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어서, 우리는 엄마의 입만 바라보았다. 엄마는 내 위로 그리고 작은 언니 아래로 딸이 하나 더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2남 3녀 5남매가 아니라 2남 4녀 6남매가 되는 셈이다. 우리가 기억하기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엄마는 결코 인공유산을 한 적이 없다. (엄마의 종교가 아니었다면 막내인 나는 태어날 수 없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가 모르는 아픔이 있었던 건가?


정적이 흘렀다. 조카는 혼자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소오름~”


아마도 인공유산은 없었던 것 같다. 이후로도 엄마는 가족의 총합을 수시로 바꿨다. 구성원을 구분 못하는 것은 다반사였고 큰 언니와 작은 언니를 합해서 한 사람으로 만들어낸 적도 있었다. 책상에서 일하고 있는 나와 요리를 하고 있는 나를 분리시키는 창의력도 발휘했다. 심지어 어떤 때는 나에게 내 안부를 묻기도 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커피타임!

나는 새 커피잔을 내놓았고, 다행히도 엄마는 웰컴 선물을 쏙~ 마음에 들어하셨다.


이제는 낡은 엄마의 커피잔


그걸로 세상의 모든 시름은 사라졌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몇 가지 사건사고(일테면 땅에 떨어진 딸기를 주워 먹으려 한다든지, 사과를 커피에 찍어 먹으려 한다든지)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엄마가 방긋~ 웃어 주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