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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Sep 25. 2022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기

오디오맨 출장기

뉴스의 본질은 현장이다. 

불가피하게 전화나 서면 취재를 할 때도 있지만, 현장만큼 취재에 필요한 생생한 자료나 새로운 사실을 알기는 힘들다.

특히 '영상'이 생명인 방송뉴스에서 '현장'의 중요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건사고 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만 방송에 내보낼 뉴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땅콩회항 사건 취재 현장. 추위 때문에 손이 얼었던 날.

약 2년여 동안 전국 곳곳을 다녔다. 당일치기로는 경기도 외곽부터 시작해서 충청도, 강원도까지 갔다 왔다. 사건사고 취재가 아니더라도 기업 또는 연구기관의 공개 행사나 발표가 있으면 현장에 다.


나는 차 타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기에 장거리 취재일정을 선호했다. 차 안에서 쉴 수도 있고 선배들과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Y선배는 맛집 검색을 좋아해서 장거리 취재 시 인근 맛집을 찾아 맛있는 식사도 할 수 있었다. 회사 복귀 시간이 퇴근시간대와 겹치면 돌아가는 길은 지옥었지만, 그래도 견딜만한 일정이었다.

Y선배의 해외출장으로 B선배와 간 1박 2일 강원도 출장. 산을 싫어하는 B선배의 일정은 설악산 풍경스케치.

지방 출장도 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부산, 전라도, 강원도 등 짧으면 1박 2일, 길면 일주일 출장을 다녀왔다. 회사 규정 상 해외 출장의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국내 곳곳을 가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출장은 제주도와 연평도다.


제주도는 나의 '첫 출장지이면서 첫 출근 일정'이었다.

출근 전 날, Y선배가 전화로 첫인사를 하면서 급하게 제주 출장 소식을 전달했 게 기억난다. 당시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유병언 회장과 연관된 구원파 관련 취재였다. 제주도민 싱크를 땄다가 사투리를 이해 못 한 취재기자가 나에게 번역을 부탁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첫 출근 일정이 고향인 제주도 출장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연평도 출장은 지난 2010년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 4주기 추모식과 포격 이후 주민들의 현재를 담는 일정이었다.

국방부 담당인 H선배와 사수인 Y선배랑 동행했다. 연평도 주민 분의 차를 빌려 섬을 돌아다녔다. 수년이 흘렀음에도 남아있는 포탄의 흔적은 그때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보여줬다. 연평도 포격 당시 나는 제대한 지 5개월이 지났고, 친동생이 갓 입대했던 터라 관련 뉴스를 놓치지 않고 챙겨봤었다. 포격의 흔적은 잔혹했지만 출장 분위기는 좋았다. 주민분들도 취재에 호의적이었다. 숙소 옆방에 있던 타사 기자들이 주민들에게 받은 꽃게를 나눠줬다. 그날 야식으로 꽃게 라면을 먹었다.

연평도 바다 풍경

무엇보다 이때 출장지에서 선배들과 나 대화는 진로 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 금 직장인으로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건 연평도 출장 당시 Y선배와 H선배의 내게 해 준 진심 어린 조언 덕이다. 


취재기자였던 H선배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내 의견을 묻길래 진지하게 답했다. 훗날 H선배랑 Y선배와 술자리를 가졌을 때, H선배는 그때 내가 했던 말이 도움이 됐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연평도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어지럼증이 도지면서 계속 토했다. Y선배는 토할 때마다 내 등을 두드려줬다. 고역이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하다.

선배들과 남긴 추억

오디오맨에서 중계 카메라 감독으로 보직이 바뀌었을 때도 많이 돌아다녔다. 다만, 사건사고 현장보다는 날씨 중계나 방송 스테이션 아이디 촬영 업무라서 풍경 좋은 곳만 다녔었다. 그래서인지 오디오맨 때보다 출장 횟수도 적었고, 기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는 없다.

보도중계팀, 전남 담양 출장

가끔 지방 출장이나 경기도 외곽을 가게 되면 한 번씩 오디오맨 시절 취재 차 방문한 현장을 스칠 때가 있다.

'내가 또 여기 올 일이 있을까' 생각했던 게 무색해질 만큼 금방 돌고 돈다.


뉴스 현장은 곧 역사가 기록되는 현장다.

덕분에 나는 남들이 하지 못한 값진 경험을 갖고 살아간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나는 굶을 일 없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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