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먼저 작가가 되기로 한 이유〉

by hyunju lee

글을 쓰겠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자칭 “작가”였다.


그 사람의 글엔 신선한 소재도 있었고,

독특한 문체도 있었다.

어쩌면 세련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 글은

누군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닿지는 않는다는 것을




글을 쓰는 건

단지 문장력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닿을 수 있는 감정의 농도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아직 충분히 울지 않았고,

충분히 무너지지 않았고,

충분히 잃어보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는 화려한 글은 쓰지 못하지만,

내가 쓴 글은 분명히

내 삶을 통과한 언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차라리 내가 먼저 작가가 되겠다고.




그리고 그 ‘자칭 작가’가 누구였는지 묻는다면…


남편이었다.

(진심으로 웃긴 이야기다.)


지금도 그는 글을 쓰고 있긴 하다

언제 출판하니?

그리고 나는, 이렇게 한 문장씩 나를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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