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만 기억되는 사화에서
예전에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내가 퇴사한 뒤, 후임 인턴을 뽑기 위해 이력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지원자 중에 내 지인이 있어, 면접이 끝난 후 담당자에게 슬쩍 물었다.
“그분 어땠어요?”
잠깐 생각하던 담당자가 이렇게 답했다.
“음… 집이 팰리스인 거 말곤 기억이 안 나네.”
(물론 별다른 장점을 발견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그 이력서는 아마도,
그가 살아온 과정을 정리하느라 꽤 애썼을 것이다.
학력, 경험, 포부, 열정…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건 단 하나,
**‘그가 어디 사는가’**였다.
그리고 나는 그게 그 이력서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기억할 때,
참 쉽게 외형적 기준에 기대고 만다.
학벌, 회사, 거주지, 브랜드.
그 사람의 내면이나 진정성보다는
보이는 것과 소유한 것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학교 어디 나왔는지는 굳이 말하지 말아라.
스스로 말하면 겸손하지 못하다.”라고 하셨다.
나는 누군가가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저 “**동이요”라고만 말하게 된다.
이력서를 쓸 때도
항상 주소란에 주소까지 적어야 하나
그냥 동까지만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나의 생각은
어쩌면 오래된 불편함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보는 기준, 조금은 달라질 수 없을까.
그의 말과 태도, 그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그 모든 것을 다 잊고
‘팰리스’ 하나만 기억되는 사회는,
어딘가 조금 슬프다.
만약 그가 다른 동네에 살았다면,
그날의 기억은 조금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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