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딜러의 세계, 그 안의 몰입과 생활인의 경계
딜링룸 생활 10년 차.
이른 아침, 나의 하루는
간밤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벤트들을 스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국 국채 금리 흐름, 글로벌 증시 마감 분위기,
블룸버그 헤드라인과 외신 긴급 속보들.
그 수많은 뉴스를
고객이 알아야 할 단 몇 문장으로 정리해
매일 아침 장시작 전 브리핑을 보낸다.
그게 내가 출근하자마자 하는 첫 번째 일이다.
외환시장은 예측이 아니라 반응의 영역이다.
순식간에 터지는 글로벌 시장의 이벤트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한 마디,
중동에서 발사된 미사일 한 발,
혹은 일본은행 총재의 단 한 문장이
달러/원 환율을 수직 상승시키거나
급전직하하게 만든다.
딜링룸의 다이내믹함은
내가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그곳은
두려움보다 집중이 먼저인 공간이었다.
딜링룸은 시끄럽다.
아주 시끄럽다.
동시에 수십 명이 거래하고,
동시에 외치고,
동시에 책임진다.
어떤 순간엔,
서로의 외침이 허공에서 꼬여버리기도 하고
나의 외침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가는 환율에
한숨이 섞이기도 한다.
그럴 땐 누군가는 욕쟁이가 된다.
나도 딜링룸에서는 욕쟁이다.
비난하는 사람도 없고,
여긴 그런 외침이 허용되는 공간이고,
그게 살아남기 위한 언어라는 걸 다들 안다.
혼돈 같지만 질서가 있고,
욕설 같지만 생존의 감각이다.
“사!”
“지금?”
“아, 늦었다.”
그런 와중에도
나의 외침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가는 환율.
마우스 클릭은 늦고,
체결창은 버벅이고,
손은 따라가지 못한 채 마음만 앞선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 오늘도 하루가 만만치 않다.
나는 딜링룸에서 10년을 일했다.
최소 1백만불 많게는 억불(億$) 단위의 거래를 한다. 일상적으로
그렇게 매일 환율 호가창속으로 들어간다.
‘1전’ 이라 부르는 0.01원 차이로 거래가 갈리고,
거액의 손익이 움직인다.
그런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해외여행을 앞두고 직접 환전할 땐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평범한 생활인이다.
사실 나도 1만 불 정도를 환전해 본 게 최대 금액이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유학 가는 아이의 학비,
외국에 사는 가족에게 보내는 돈.
그들에게 환율은 삶의 무게다.
오르기만 하는 환율 앞에서 한숨 쉬고,
환전 타이밍을 묻고,
매일 뉴스를 검색한다.
누군가에겐 포지션이고,
누군가에겐 생계다.
같은 숫자를 보고 있지만,
그 숫자가 건드리는 삶의 결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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