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상의 사유”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것들
왜 모든 퇴사는 ‘일신상의 사유’여야 할까.
나는 마지막 순간, 사직서를 쓰면서도
그저 그렇게 마침표를 찍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회사의 정해진 사직서 양식은
회색 음영으로 된 문구를 자필로 그대로 따라 적는 형식이었다.
마치 금융상품 가입서에
‘설명 들었음’, ‘이해하였음’을 따라 쓰듯,
인사부 입장에서의 사직서는
그저 마무리 짓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나는,
그 마지막 문장조차도 내 말로 쓰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일신상의 사유’라는 말로
나의 10년을 덮는 것이 싫었다.
조직 내에서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불합리한 구조, 반복되는 소외, 성장의 한계,
그래서 아무도 묻지 않았다.
왜 떠나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그건 내가 만든 일이 아니었다.
사회와 조직이 함께 만든 구조였다.
그런데 왜,
퇴사의 이유는 늘
‘개인의 문제’로만 정리되어야 하는 걸까.
사직서의 언어는 참 이상하다.
가장 큰 결정을 내리면서도
그 이유를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
“일신상의 사유로.”
이 다섯 글자 안에
몇 달, 혹은 몇 년의 애씀과 고민, 그리고 무력함이 녹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든 시간과 감정을
지나치게 깔끔하게 포장한 채 떠난다.
나는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한 권의 책을 쓰기 시작했다.
사직서 대신,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대해.
이 책은 그래서
내가 조용히 삼켜야 했던 말들,
나의 커리어에 대한 진지한 고민,
직장생활을 하는 나의 자세에 대해,
그 하나하나를 다시 꺼내보는 작업이다.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나는 ‘일신상의 사유’라는 말 대신,
나의 언어로 떠나고 싶었다.
그것은 어떤 비난도 공격도 아닌,
그저 나를 위한, 존엄한 작별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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