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으로 다가오는 이직

익숙한 아침, 낯선 마음

by hyunju lee


“퇴사는 마침표를 찍는 일이라기보다,

나답게 시작하는 또 하나의 문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8시 즈음이면 팀원 중 가장 먼저 출근하던 사람이었다. 책상에 조용히 앉아 하루를 계획하며 같은 자리에서 10년을 보냈다.

그런데 어나운스를 하고 맞이한 첫 영업일 아침, 그 루틴마저 이젠 굳이 왜? 라는 생각도 들었고, 남들이 봐도 어색할 것 같았다. 사실 나보단 보는 사람의 시선이 의식되던 날이었다. 퇴사할 사람이 이른아침에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굳이 왜? 라고 할 것만 같았다.


그 마음이 슬프면서도 좀 웃겨서, 그날은 회사가 아닌 근처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테이블 한 켠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마지막 일주일을 나답게 정리해보기로 했다. 사실 까페는 직장인들이 혼자서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안정을 위해 종종 혼자도 가는 곳인데…나는 별로 그런 시간을 가져 보진 않았다.

퇴사를 하며 나는 처음으로 회사의 소모품이 아닌 나의 출근길을 걸은 것이었다.

그날, 나는 더 이상 조직의 사람이 아니라 나의 사람이 되기로 했다.




인수인계를 시작하면서 내가 들고 있던 업무들을 빠른 속도로 내려놓게 되었다.

그리 무겁다고 생각 해 본 적은 없는데, 놀랍게도, 마음이 정말 가벼워졌다. 출근을 하면서도 더 이상 이 일에 매달리지 않고, 조금씩 스위치를 끄듯 차분히 정리해 나갔다.

모니터의 기본 세팅부터 단순해져 갔다. 블룸버그, 호가창 등 수많은 화면들로 가득 차 있던 모니터의 화면을 하나씩 끄면서 업무를 정리했다. 환율이 오르던 내리던 관심을 끈 것 뿐인데, 다른 하루를 산 것 같았다.


이제는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데 몰입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게,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의 같기도 했다. 무언가를 끝내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그제야 제대로 알게 됐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써야 하는 일처럼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고, 그래서 더 여러 번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다.




사람들의 이직 질문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이직 후에 하게 될 일들에 대해 설명할 일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익숙한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아직은 낯설지만, 그 낯섦 속에서 서서히 기대감이 자라고 있다는 것도 느낀다.

유치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럽다”고 말해주는 것도 조금은 그 기대감에 연료를 보태는 것 같다. 그 말들이 내 결정을 응원해주는 것처럼 느껴졌고, ‘잘 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다가왔다.


나는 이제 그 문을 열고 한 발을 내딛었지만,

지금은 이 설렘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 너머의 이야기는 먼 훗날에 다시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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