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이 무너질 때, 나도 사라졌다

이제라도 나를 중심에 놓는다.

by hyunju lee

마흔이 넘고부터

‘균형’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삶의 모든 관계와 시간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건 결국 '균형'이었다.

일과 삶 사이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가족 사이에도.

그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나'였다.


## 1. 균형이라는 말의 무게

사람들은 말한다.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내가 경험한 균형은

저울 위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아니라,

한쪽이 무너진 상태에서 다른 한쪽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일*에 가까웠다.

나는 늘 누군가를 위해 포기했고,

그렇게 버텨온 시간을 '균형'이라 불렀다.



## 2. 일과 삶 사이에서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땅에 발붙일 겨를 없는 시간의 연속이다.

회사에선 책임감 있는 직원이 되어야 했고,

집에서는 아이의 엄마로 완벽해야 했다.

일하는 시간은 늘어나는데

삶을 살아낸다는 감각은 점점 줄어들었다.

나는 ‘밸런스’를 맞춘 게 아니라

두 세계 사이를 빠르게 전환하며 균형 잡힌 척…

그렇게 나 자신을 지워갔다.


## 3. 관계 속에서의 균형

회사에서는 ‘잘 보이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고

가정에서는 ‘안심시키기 위해’ 감정을 숨겼다.

관계의 균형은

‘얼마나 더 참을 수 있는가’로 측정되었다.

결국 나는 내 감정을 잃었고,

관계 속에서도 '나'라는 사람은 점점 지워져 갔다.


## 4. 나와 조직 사이에서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나는 늘 ‘외부인’으로 존재했다.

누군가는 “원래 외부 인력이니까”라 말했고,

누군가는 “증권사 출신이라서 그래”라며

묻지도 않은 구분선을 그었다.

조직과 나 사이의 균형은

처음부터 허상이었는지도 모른다.


## 5. 이제는 나를 중심에 놓는 연습

균형이란 어떤 '상태'가 아니라

‘기준’이 나에게 있어야 가능한 감각이다.

이제는 나를 잃지 않는 방향으로

삶의 저울을 다시 세우고 싶다.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기준으로.



처음엔 내가 더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공대생이라 그런지

정무감각은 없고, 그저 일만 잘하면 된다고 여겼다.

너무 혼자 다 해버리는 성향,

참을성이 지나치게 많았던 것도

결국 나를 더 지치게 만든 원인이었다.

30대의 나는

"나는 뭐든 잘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으로 버텼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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