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구두를 벗어던진 신데렐라

무도회라는 사회생활에 지친 우리에게

by Jay
무도회가 괴로운 신데렐라(Gemini, 2026, prompted by Jay)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계모와 언니의 무도회 준비를 착실히 도와준다.

(과연 예쁘게 꾸며줬을까?)


구박데기로 살던 신데렐라가

못된 언니들과 계모를 무도회에 보내고 울자

요정이 나타나 호박마차를 선물하고,

멋진 드레스와 유리구두까지 선사한다.

그렇게 무도회에 나타난 신데렐라를 보고

왕자는 한눈에 반했다.


열두 시가 되자, 신데렐라는 무도회 장을

황급히 빠져 나와 계단을 달려 마차를 탄다.

그리고 유리구두 한 짝은 잃어버린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과 함께 신데렐라 뮤지컬 동화를 보며 생각했다.

'유리구두... 정말 아팠겠다.'

쿠션하나 없는, 딱딱하고 미끄러운 유리구두를 신고

춤을 추다니, 수십 개의 계단을 뛰어내려 가다니!


매일 편한 옷을 걸치고 가사에 적합한 신발을 신은 채

이불도 털고, 빨래도 하고,

동물도 돌보던 신데렐라에게

그 시간이 얼마나 긴 고문이었을까 상상하며

혀를 끌끌 차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결론이 나기에 이른 것이다.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를 흘린 것이 아니라,

계단을 뛰어내려 가다가

도저히 아픔을 못 참고 벗어던진 것이다.'


홀로 생각하기에는 무척 그럴듯한 결론이었다.


요즈음의 내 삶도 비슷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까마귀처럼 잔뜩 치장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일터에는 온갖 깃털로 무장한 채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섰다가,

집에 돌아오면 모조리 벗어던진 채 자유인이 된다.


세상에 나를 선보인다는 것은 이토록 피곤한 일이다.

조금 더 무던했더라면

여기서도 저기서도 편하게 살았겠건만,

세상을 험하고 나쁘게 보는 탓에,

수사자가 갈기를 부풀리긋

이런저런 치장과 옷차림으로

상대를 위협할 듯 나를 포장하곤 한다.

온몸을 꾸미는 것이 마치 가시라도 되듯이

바삐 손을 움직인다.


하루 출근하는 것이 무에 별일이라도 된다고,

잔뜩 날을 세우고 으르렁댈 준비를 한 채 출근을 하니

일하는 중에도 예민하게 앉아있고,

퇴근길에는 한껏 녹초가 되어있다.


신데렐라의 무도회 날도 그랬을 것이다.

생전 가본 적 없는 무도회,

낯선 치장과 불편한 옷과 구두

행여 열두 시가 지나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갑옷처럼 무장한 드레스와 구두가

갑자기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초조함.


집에서 편하게만 지내던 신데렐라에게

그날은 몹시 혹독한 사회생활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별일 없이 무탈한 하루에도

힘들었던 지난 시간 동안 관성처럼 저축해 온

회사를 향한 원망과 미움을 터뜨리곤 한다.


미움받는지도 모르는 상대를 미워하는 것도

나 혼자만 끙끙 앓는 병이요 독일진대,

쉽사리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에 다 내가 문제인가 다시 되돌아본다.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문제니?

나야?

고개를 갸웃대다 다시 도리질을 친다.


신데렐라도 매일 무도회에서

유리구두를 신고 춤을 추라고 했더라면

(사실상 고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집에서 걸레질을 하겠노라

선언했을지도 모른다.


나도 매일 유리구두를 신고

고통스럽게 춤을 추고 있는 건 아닐까?

.

.

.


아니다. 꼭 유리구두여야 할까?

어차피 매일 가는 무도회라면

차라리 편한 신발로 갈아 신고 춤을 추자.


그렇게 내일은 같은 무도회장에서

조금 더 편안해보자.

그래도 괜찮다고 나를 안아주자.


수고했다, 몇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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