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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Sep 10. 2016

낙서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55


낙서

황현민





제로 번째는 영원하


최초의 낙서는 초등학교 4학년,두 번째는 고 3 때 캔디를 그려 함께 코딩한 책받침이었고 세 번짼 긴 세월이 지난 후 대학교 시창작 강독 과제물이다 네 번째는 첫사랑을 다시 만났던 싸이, 다섯 번째는 죽어가는 나를 살게 했던 문장이다 여섯번짼 제대로 시를 쓰기 시작했던 대전문학관과 평생교육원, 일곱 번째는 틈만 나면 메모했던 카스, 여덟 번째로는 라일러플의 시와 이야기, 아홉 번째의 시인동네, 열 번째로 등단 후 첫 시를 발표한 공정한 시인의 사회, 열한 번째는 트위터, 열두 번째가 브런치다


여전히 나의 낙서는 열공 중이고 앞으로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열세 번째로 맞이 할 페북을 두드렸고 열네 번째가 될 청탁을 초고 중이다


나의 낙서는 적어도 101번째를 꼭 넘기고야 말 것이라고 나는 지금 다짐하는 것이다


아참, 뭐니 뭐니 해도 제로 번째는 나의 일기다 제로를 쓰다 보면 저절로 시가 오는데 시가 써지지 않는다고 자주 깜빡거리며 나는 괴로워하곤 한다


나의 제로는 불멸이다

















2016. 9. 10

나의 낙서에 대해서 국민학교 시절부터 떠올려 보았다

4학년 때 숙제로 내 준 동시 2편을 마루에서 혼자서 종일 생각했었는데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하고 살아있다 그때 그 순간의 창작은 바로 시를 쓰는 지금과 동일했다 '해와 달' '땡그랑 저금통' 두 편을 썼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기특할 정도다 돌아보면, 역시 그때부터였나? 나는 시를 쓰기 위해 태어났나? 고등학교 땐 늦은 사춘기로 공부를 할 수 없었다 문구점에서 500원짜리 손바닥 시집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읽었다 그때 참 많이 울었다 시만 읽으면 눈물이 글썽거렸다 혼자 몰래 논두렁과 큰 바위 뒤에 숨어서 담배를 몰래 피웠던 시절이다 그러다가 남들 공부만 하는 고등 생활을 나는 거의 상상만 하며 보냈다 그래도 기본기가 튼튼해서 대학을 갔다 국영수는 상위권이었으나 암기과목은 모두 반타작이었다 나의 기억력의 한계를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대학에선 거의 시를 공부할 수 없었다 시라고 해야 민중시와 노동시를 쓰는 선배들 뿐이었고 자유로운 나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제대 후 시창작 강독 수업이 새로 생겨나서 과제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매주 시집 2권씩 사서 읽었고 즐겁게 시를 창작했다 그리고 공모전에 공모를 하고 본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는 멈췄다 결혼을 하고 일을 했다 일부러 시집과 낙서한 것들을 불태웠다 일부러 시집을 멀리했다 서점에 가도 도서관에 가도 소프트웨어 전문 서적을 보았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가끔 술에 취하면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5년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 시심이 생겨났고 살기 위해서 시를 써야 했던 적이 있다 그때 사이버 문학과장을 알게 되어 매주 시를 써서 올렸다 그곳의 문청들은 시를 정말 잘 썼다 그래서 그곳에서 1년 이상을 살다 그리고 대전에서 프로젝트할 때 대전문학관을 알게 되었고 토요일 오전마다 시창작 강의를 들으러 갔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나의 아집을 버고 은유와 시적 기법 등을 많이 터득다 나의 상상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시적 표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다음 해 바로 등단을 했다 IT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면서 시를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리고 시를 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 시간은 퇴근 후와 주말뿐이다 나는 거의 이 시간을 시집을 읽고 시를 쓰는데 보낸다 내 나이 마흔 중반에 제대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늦깎이다 그래서인지 시가 젊다 그래서인지 시가 미성숙하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시를 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내 시를 쓸 것이다 그것이 나의 시고 좋은 시니까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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