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68
모과 하나
황현민
하야를 논하는데
나무에서 투독, 둑,
모과 하나
보기좋게 떨어진다
여전히 상처를 감추며
모과 하나
매끄럽고 향기롭다
상처 없는 존재 어디 있으랴
모과는 본래
그 상처조차 향기로와야 하는데
그 상처조차 거짓인
모과 하나
이 땅 위에 꿋꿋히 살아 있으니
어서 뒤집어야 한다 뒤집어야 밝혀진다
숨겨진 상처 속의 원흉을
그 뿌리들을
그 상처 진짜라면 향기로울진대
스스로 썩어빠진
상처 아닌 가짜들은 그 냄새가 고약한 법
어서어서 떨어져라 제발제발 떨어져라
너가 떨어져도 나는 뒤집어 보지 않으련다
안봐도 훤하니까 너의 썩은 내가 무지무지 진동거리니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감춰질까
지독한 너의 세월 세월들을
모과 하나
나를 뒤집지 말아달라
애걸복걸
난리부루스를 또 떤다
예끼, 어림없다!
2016. 11. 6 집 근처 파스꾸찌에서
요즘 나라가 꼴이 안좋다. 이 나라 사람으로서 창피하다. 너무나 쪽 팔리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소설 속에서도 영화 속에서도 상상 속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현실들... 제발, 하야하라! 그리고 모든 진실을 밝히고 죄값을 치러라!! 그것이 마지막 배려다!!
국민들은 더 이상 참지 않으리라.
모과는 떨어져도 항상 보기좋게 떨어진다. 상처난 부위를 감추기 위해 항상 상처난 부위를 아래로 하고 한방에 둑, 떨어진다. 떨어진 모과는 모두 매끈거리고 향기롭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간혹 상처난 것들이 보인다. 그 상처는 오히려 향기롭기까지 하지만, 아주 드물게 인간이라는 모과 한 개는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 그 모과 하나 뒤집어 보면 온갖 썩은 것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지난 세월들이 모두 밝혀지리라.
어서 떨어져라! 그리고 숨은 등짝을 보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