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편의 쉬운 시쓰기 #88
초
황현민
새로운 길을 찾았다 아니, 지름길을 찾았다 어제 오늘 다닌 길은 뺑 돌아가는 길, 10분을 더 걸어가는 길
향초를 사러가다 이 길을 발견하고 초를 사러 다니면서 눈치가 생겨났다
다양한 향초를 검색하고 대형마트에 들러 비싼 초를 고르다가 상냥한 양초 연인을 만났다
이 향초가 좋긴 한데요 양키캔들은 워머가 있어야 해요 그냥 피우면 그스름도 많고 심지가 잠기고 불 붙이기도 힘들어요
대형마트는 양초를 팔지 않아요,
집 앞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과 양초 한타스를 사서 돌아왔다
향초보다 공 하나가 빠진 양초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가를 생각한다
무엇이 이토록 헤매이게 하는 걸까?
창밖의 냐옹이가 촛불을 오래 바라보며 떠나지 않았다
풍년 양초가 최고 아인가
냐옹, 냐옹, 냐옹
처음처럼...
--------------------
2017. 9. 15 대전 반지하에서
조금 늦게 퇴근을 했다. 불금이란다. 향초와 바퀴 퇴치약을 사러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물론 안주거리나 술도 좀 사려고 했다. 2만원대 컴뱃을 골랐다가 뿌리는 6천원대 바퀴벌레 약을
사고 2만원대 양키캔들을 한참 고르다가 사지 않고 스니커즈 한 봉다리와 뿌리는 바퀴벌레 약을 사들고 나왔다. 반지하가 코앞이었다. 향초를 사지 않은 건 옆에서 향초를 고르던 젊은 연인에게 어떤 향초가 좋냐고 물어보다가 워머가 없으면 불편하다고 해서 향초를 사지 않았드랬다. 욕심이 욕심을 부르듯 상품도 가지가지 뻗쳐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편의점에서 풍년 양초를 샀다. 두 개에 2천원대인 양초와 천원대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왔다. 모든 것들은 지나고 나면 원조가(처음이) 최고란 걸 알게된다. 2만원대 향초와 2천원짜리 양초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꼭 필요한 것들은 그냥 필요한 것일 뿐이다. 지금 내 형편에
맞으면 그만이다. 뭣이 중요한디! 덕분에 지름길도 발견했다. 참으로 빠르고 좋은 길이다. 뭣이 중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