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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Sep 14. 2017

반지하 고등어

하루 한편의 쉬운 시쓰기 #87


  반지하 고등어

  황현민





  이 너른 방을 어떻게 하면 푸르게 할까? 온통 푸른 색으로 도배를 할까? 새털 구름 몇 개와 전설의 고등어 한마리 그려 넣을까? 그러면 등푸른 꿈을 꾸며 잠들 수 있을까?


  반반 주세요, 

  고등어의 주문 양식은 둘 다 주세요,가 없단다 그래서 등이 푸른 거라고 창문 속 길고양이가 내려다 본다 반만 푸르고 반은 새하얗거나 시커멓단다 반반 낼게, 방세를 나눠 주기로 했다


  반은 친구가 남고 반은 내가 남을 이 방에서 첫날 밤을 보낸다 친구는 반만 남긴채 반석 숙소로 갔고 오송에 반만 남긴채 나는 갈마로 왔다 나비야, 나만 반반이 아니라 누구나 반반인거야, 그래서 고등어가 등이 푸른거야 


  하루처럼 내 업(業)도 반반이듯이

  반만 하늘인 이 방에서 반만 있어서 반만 남아서 등푸른 하늘을 더 잘 품을 수 있겠구나 반반인 이 생(生)아, 등푸른 고등어와 잘 살 수 있겠지? 


  등푸른 시들을 잘 품을 수 있을까? 이 너른 방을 어떻게 하면 푸르게 푸르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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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9. 13 대전 반지하에서

  첫날 밤, 몸만 들어왔다. 아직 친구가 짐을 옮기지 않았다. 거의 나두고 갈거다. 갓 사들인 비싼 책상과 의자는 꼭 두고 가라는 조건으로 방세를 이시불로 나눠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반은 오송에 남긴채 반만 남아서 지금 이 방 속에서 나는 신숭생숭하다. 술은 마시지 않기로 했다. 담배를 많이 태웠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고갔다. 이 글을 올리고 나면 밖으로 나가서 생수를 사고 동네 한바퀴 돌며 구경 좀 해야겠다. 반지하는 처음이다. 반지하 고등어를 만나 등푸른 세상을 꿈꿔 보리라. 전설의 등푸른 고등어를 많이 낚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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