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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Feb 16. 2018

적폐 찬양

하루 한편의 쉬운 시쓰기 #110


적폐 찬양

황현민





좋아하는 음식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당연 빈대떡이라 하겠지만

제일 맛있는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여지없다. 지금은 담배다.

누군가 기다릴 때도 담배가 늘 먼저였고

악수보다 담배를 먼저 건넸다.

죽고 싶을 때마다 이 친구만이 늘 곁에 있었다.

솔직히 사람보다 술보다 담배가 훨씬 맛있다.

담배는 적폐의 한 부류라서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구석에서 숨어서 몰래 숨 쉰다.

그래, 나는 공기와 비흡연가와 내 몸의 적폐다.

다방이 사라진 것처럼

어느덧 술집에서도 이 맛나는 것을 태울 수 없다.

드좁고 불손한 공간 속에서 방구석에서

이 맛을 꽃피울 수 있다.

더 이상

담배를 권하지 않는 사회에서

담배를 권할 수 없는 이 값비싼 세상에서  











'적폐'를 찬양해야 하나, '담배 예찬'이라고 할까, 그럼, 많이 약해져... 고민 끝에 '적폐 찬양'이라고 제목을 결정했다.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


담배가 적폐라면, 나는 적폐다. 나도 적폐다. 담배만큼은 지금 이 순간 예찬을 해본다. 단지, 지금 이 순간뿐이다. 담배는 적폐이므로 끊어야 하는 걸까나...


종이가 떨어졌다. 어제 종이를 산다는 것을 깜빡했다. 글씨를 쓰러 갔다가 제일 먼저 챙긴다는 것을 깜빡했다. 내내 무언가 찜찜했었던 까닭이었다. 종이가 놓여있는 벽장을 종종 바라보기까지 했었는데... 이제 대여섯 장 남았는데.... 세필만 해야 한다. 아껴 써야한다. 이 참에 노트북을 열고 이렇게 시를 지어 올린다. 넷북을 열고 일기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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