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일러플 Jun 23. 2018

노페이퍼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121


노페이퍼

황현민




없다면

너도 없고 나도 없고 세상도 우주도 없나니


종이 한 장에 다 들어있음이라


눈을 뜨건 눈을 감건

보이는 모든 것들은 종이 한 장뿐이거늘


빛도 암흑도 종이 한 장 속에 있나니


내가 종이일 때

내 님은 오고 종이 위에서 사랑이 꽃필 지나니

지금의 소중함과 함께 종이의 위대함을 새삼 기록할 지어니


없다면

나도 없고 너도 없고

붓도 시도 없고 책도 가방도 사이도 없나니

한순간에 모두가 사라지나니

다 종이 한 장뿐이란 것을

태고 적부터

한 장 한 장 우리가 살아 가오고 살아 있다는 것을


그래도

이 종이 한 장 버릴 수만 있다면

있다면


그래, 있다면


.

.

작가의 이전글 쓸쓸의 반대말 1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