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122
공장 초기화
황현민
나, 고장났어
아, 나를 버려야 하나?
너를 버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 대신
모든 기억과 흔적들은 사라질 테지만
그때의 나를 과연 너라고 할 수 있으려나
자, 준비되셨으면
바로 앞에 놓인 천, 지, 인, 세 개의 버튼을 동시에 눌러 주십시오.
나, 괜찮을까? 넌 괜찮겠니?
고심 끝에 너의 두 손과 나의 이마로 세 개의 버튼을 눌러버렸지
잘못 누르셨습니다. 다시 누르시려면 1억 코인을 지불하십시오.
우씨,
그럼 그렇지
너, 고장 아니야
그래도 나, 그냥 이대로 살아 볼래
(그때가 오면 어짜피 초기화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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