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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May 15. 2019

돌고 돌고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152


돌고 돌고

황현민





그냥 부채라고 하자

앞에 올 알맞은 낱말을 찾지 못했다



빚이나 더울 때 부치는 그것이 아니라 식물이다 몸뚱이가 부채 같아서 부채란다



부채는 완벽한 이차원이다

차원이 차원을 낳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일차원에서 이차원 봄 싹을 튀우고 자란다 이차원에서 대롱을 올리고 삼차원 꽃몽오리를 만든다 여름이 왔다 이 땐 꽃 이름도 종종 바뀌는데 심신 약한 사람들 눈에는 부채가 꽃을 피운 건지 붓같은 몽오리가 꽃을 피운 건지 헷갈리나 보다 차원은 또 달라진다 삼차원에서 사차원으로 다시 오차원으로 꽃을 피우고 펼친다 오차원에서 더 이상 알 수 없는 차원으로 계속 자라난다



여름 다 지나면 부채는 꽃잎 다 날려버리고 다시 삼차원으로 돌아와 누에 같은 열매 하나씩 올릴 것이다 다시 이차원으로 몸을 접기 시작할 것이다



이차원에서 일차원으로 일차원에서 다시 무한으로



너 다시 돌아가리라







ㅡ 이 꽃은 부채꽃, 붓꽃, 부채붓꽃이라고 부른다. 풀은 그냥 부채다. 붓꽃이라 부르면 붓이라고 해야지 않은가? 붓은 아니란다. 신기하게도 붓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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