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이란 제 몸을 빨고 빨아서 제 몸이 닳고 닳도록 우주를 닦고 닦는 것
걸레에 대한 단상
황현민
잠 한 번 편하게 잘 자보자고 최근 센스맘 매트리스를 구매했다. 신상이라서 냄새가 심했다. 그 냄새가 코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졸졸 따라다녔다. 냄새가 체면을 거는 듯 나는 심하게 멍때리고 종종 착각을 하고 자꾸 졸렸다.
새 상품일 수록 걸레보다 더 심각한 냄새가 나곤 한다.
냄새 제거를 위해,
겉홑창을 걷어 빨아 널었다. 새하얀 매트리스를 빨래 걸이 위에 올려 냄새를 말렸다. 바람이 불었다. 너른 마당에서 매트리스의 냄새가 사라져 갔다. 냄새가 사라져 갈수록 매트리스는 누렇게 바래져 갔다. 방금 전 새하얗던 속살이 금새 누렇게 바뀌어 있었다.
벌써 걸레가 되어 버린 걸까?
잘해야 마른 걸레가 될 순 있겠지만,
한번도 누워보지 않고 너를 걸레로 만들(쓸) 순 없다. 누렇게 바랜 너를 홑창을 씌워 침대 위에 깔았다. 걱정마라. 내 너를 걸레로 쓰지 않으리라
새로 산 매트리스는 푹신거렸다. 무척 가볍다. 돌돌 말아서 김장 비닐(특대)에 담아 차에 실고 캠핑 갈때도 가지고 다닐 수 있겠다. 야침 위에 올려 놓고 편하게 잘 수도 있겠다.
걸레가 아닌 너는 나를 깨끗하게 하지 못한다. 너는 걸레가 아니므로 너의 임무를 수행하라. 나를 편하게 잠들게 하고 아침 일찍 거뜬히 일어나게 하라.
누렇게 변했다고 해서 걸레라고 할 순 없다. 너는 아직 걸레가 아니다. 나를 떠나지 말지어다.
언젠가는 진짜 걸레가 되어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는 날에)
주인(내가) 아닌 타자를 위해 큰 보시를 행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 봉사할지어다.
걸레가 되면 타자를 깨끗이 한다. 모든 걸레들이 걸레가 아닌 모든 것들을 깨끗이 닦는다.
처음부터 걸레인 존재는 없다. 누구나 걸레가 된다. 누구나 걸레가 되기 이전이 있다. 그때가 바로 전성기일 게다. 전성기는 그래서 누구나 맨처음부터 였다.
나는 아직 걸레가 아니다. 나도 언젠가 걸레가 되어 타자를 위해 살 수 있으리라. 타자를 깨끗이 닦아주면서 생을 마칠 수 있으리라.
물론, 영원히 걸레가 되지 않고 생을 마칠 수 있으리라. 곧바로 쓰레기로 버려진다거나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영원히 보관된다면야
죽기 전에 걸레가 되지 못한다면 다시 또 태어난다고 한다. 걸레가 되어야 해탈하여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최후에는 걸레가 되어 생을 마쳐야하리라.
태어났다면 걸레가 되어 타자를 닦아 주는 보시를 해야 하지 않을까? 걸레가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걸레가 된다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자.
걸레를 삶으면 '행주'라 부른다. 삶으면 걸레가 아닌걸까? 두손으로 물에 빨아서 비틀어 물을 짜내고 바닥에 던져 두어야 더 걸레답겠다. 그렇게 타자를 닦고 닦다가 제 몸이 닳고 닳아서 사라질 때까지 우주 최고의 보시를 행하자.
보시란 제 몸을 빨고 빨아서 제 몸이 닳고 닳도록 우주를 닦고 닦는 행위다. 그 자체가 바로 해탈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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