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자랑해도 괜찮아
황현민
가난이 무슨 자랑이냐고 들 하겠지, 그래, 실컷 비웃어라!!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내 바람이다.
가난이 죄인가, 라는 흔한 말처럼
가난이 오히려 귀하고 사랑스럽다는 드문 말도 있다.
이 땅에서, 이 자본주의에서 진짜 부자가 몇이나 될까, 이 땅에서 이 자본주의 구조 위에서 부자가 되기란 정말 어려울 텐데...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타인들을 이용하고 밟고 올라섰겠는가, (이 또한 너무나 구태한 문장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자신을 구속했겠는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자유와 나눔을 포기했겠는가,... 기타 등등 생략한다.
오히려 가난을 자랑할 만하다. 그만큼 이 땅에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직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니까... (물론, 게으르고 노력하지는 않고 부자가 되지 못해 한탄만 하는 진짜 가난한 자들도 있을 게다.) 하지만 진짜 부자들이 드물듯이 진짜 가난한 자들도 흔하진 않다.
내가 아는 가난은 자랑스럽다. 시인 백석의 말처럼 "하늘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라는 시구에서도 가난은 귀하고 사랑스럽다고 했다.
가난한 사람은 타인을 이용하고 밟고 올라서려 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양보하고 베풀면서 착하게 살아간다. 흔한 부자들처럼 욕심이 없다. 오히려 부자들이 부끄러워해야 하리라. 가난한 자들은 돈은 없어도 오히려 영혼이 순수하다. 그래서 때론 울고 아파하고 소리를 지르고 가난한 사람끼리 서로 다투기도 한다. 가난한 사람끼리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난해서 가난하니까 순수하니까 착하니까 그럴 수 있다.
가난을 자랑해도 되지만
부자를 자랑해선 안된다.
진짜 부자들은 자신이 부자란 것이 부끄러워서 티조차 내지 않는다고 한다. 뭐, 부자라고 떠들면 부가 사라진다는 (복이 달아난다는) 속설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가난을 자랑하면 오히려 복이 들어올지도 모를 일이겠다.
그래, 난 가난을 이렇게 자랑한다. 난 가난이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자랑스럽다.
그런데 어쩌랴,
가난이 죄이고 가난이 무슨 자랑이냐고, 그렇게 생각하는 자들이야 말로 부자일지라도 영혼은 진짜 가난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 아닌가 말이다.
수처작주 입처개진 하는 자들도 모두 가난한 사람들뿐이다. 이 땅에서 이 자본주의에서의 수처작주는 가난해야 가능하니까 해탈도 가난해야 가능하니까
진짜 시인들도 마찬가지다.
#가난과부자 #가난이자랑스럽고 #부자가오히려부끄러운세상이다 #자본주의구조상누구나가난할수밖에없다 #이땅에서부자가된다는것은타인을밟고올라서야하거나양심을버려야한다거나남에게굽신거려야한다는의미일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