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후기
집은 방의 고향이다. 캠핑이 히피가 될 수 있을까?
캠핑 후기
황현민
제목을 이렇게 정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메모한다. 사진 한 장 담지 못했다. 삼각대까지 가져갔지만 단 한 장도 담지 못했다. 1박은 정말 바쁘다. 타프 치고 텐트 치는데 2시간 이상 걸렸다. 테크에 설치하는 게 처음이라서 아주 쉬운 것이 매우 어려웠다. 두서없이 즉흥적으로 진행하고 서둘러 수영장으로 달렸다. 단 30분이라도 차가운 물에 몸을 식히고자 새로 산 레시거드 비슷한 옷이 아까워서 수영장으로 달렸다. 1시간 전에 먼저 이동한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돌아오고 있었지만 다시 수영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근처 마트로 이동하여 먹거리를 사서 저녁을 준비했다. 해가 어두워지고 새로 구매한 주방용품을 식초로 씻고 퐁퐁으로 씻고 오래 걸렸다. 고기를 굽는데 어둡다. 전구가 당연히 없다. 하지만, 후레쉬가 있고 렌턴이 있다. 후레쉬가 약하다. 야행을 해도 환하던 후레쉬인데, 난 여전히 멘붕으로 건전지를 바로 갈지 못하고 식사가 다 끝나갈 무렵 건전지를 찾아 갈았다. 테이블 전체가 대낮처럼 환했다. 아, 멘붕이란 이런 거로구나!
밤새 비가 왔다.
난 데크가 처음이라서 물이 바닥에 흐르는 줄도 모르고 물건들을 그냥 바닥에 놓고 잤다.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을 생각도 못하고 차로 옯겨 놓을 생각도 못하고, ... 내가 친 타프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만 하고 비와 바람과 타프에 집중을 했다. 텐트 프라이도 치지 않았기에... 비가 오니까 프라이를 치려다 값비싼 타프를 믿고 (아직은 여름이니까 시원하게 자려고) 프라이를 생략했다. 괜찮았다. 밤새 비가 내렸지만, 텐트는 이상무, 타프는 매우 훌륭했다. 데크 위로 떨어진 빗물이 아래로 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에 인지하였고 데크 위에 타프와 텐트를 어떻게 쳐야할지도 이젠 잘 알겠다.
캠핑은 1박이 아닌 2박이 적당하다. 1박은 바쁘다. 사진 한 장 담을 생각조차 못했다. 맥주 한 잔 하면서 빗소리 들으면서 아무런 글 하나 쓰지 못했다. 비가 와서 타프 걱정만 하면서, 프라이를 칠까 말까 고민하면서... 그냥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서 시간만 흘려 보냈다. 이런 것을 멘붕이라고 할 수 있겠지...
침낭도 모기장도 가스와 버너도 놓고 왔다. (전기렌지를 준비해 와서 다행이다) 준비해놓은 것들 3분의 1을 놓고 왔다. 내 속옷과 옷가지도 챙기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 차가 작았다. 작은 차에 캠핑용품을 싣고 두 아들과 함께 타고 움직여야 했다. 차를 큰 거로 바꿔야 겠다는 필요성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런데 아이들은 두 번 다시 캠핑따라 오지 않겠단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 혼자 다녀야 한다. 결국 차를 바꿀 일은 없겠다.
아무튼,
캠핑 준비와 캠핑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히피, 집의 정의, 방과 잠자리에 대한 생각들, ... 많은 생각을 했다. 집과 방은 물론 다르다. 집은 가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뭐, 혼자 사는 집도 있다. (혼자 사는 집을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집보다는 방이라고 해야 합리적일 듯 싶다.) 집이란 한마디로 방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방은 꼭 집 안에 있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분명 내 방의 고향이 바로 내 집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타지에서 낯선 방에서 일을 하고 돌아와 숙식을 할 때, 늘 내 방을 그리워 하는 것이다. 내 집을 늘 그리워 한다. 하지만, 히피들 처럼 지구 전체가 집인 사람들도 있다. 곧 모든 방이 집이고 모든 방이 고향이다. 나의 경우는 고향이 있지만 고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나에게도 모든 방이 고향인 셈이다. 지구가 집이고 지구가 내 방이다.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난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런 것이다.
우리는 민박이나 펜션보다 텐트를 선호했다. 우리만의 냄새와 흔적들을 누구나 선호할 것이다. 타자들의 냄새와 흔적들이 있는 곳을 방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타자의 냄새와 흔적을 지우기 위해선 우선 대청소를 하루종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는 최소 1주일은 살아야 할 것이다. 오래 살 수록 아니, 오래 머물수록 내 집이 내 집이 된다. 집 안 곳곳에 우리들의 흔적과 향기를 심고 피워야 할 것이다. 짐승들이야 자기 몸으로 타자의 냅새와 흔적을 지워버리고 오줌 몇방울로 자신의 흔적과 냄새를 금방 바꿔버리지만 인간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그냥 누우면 내 방인 곳들을 찾아 사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터를 찾아 그곳에 텐트를 치면 곧 내 방 하나가 마련된다. 거기엔 타자의 냄새나 흔적이 없다. 도시가 아닌 대자연의 품 속에 방 한 칸을 만든 것이니까...
요즘은 전기가 들어오는 캠핑장도 많다. 하지만 난 사람 많은 곳을 선호하진 않는다. 사람 없는 나만의 장소를 지구 상에 만들고 싶다. 뭐, 요즘은 무선 선풍기도 있고 데이터 통신 빵빵하고 보조배터리도 빵빵하다. 여름도 이젠 끄떡없을 게다. 겨울이면 불 떼면 되니 아무런 걱정이 없다. 요즘은 롯지나 텐트나 별 차이가 없을 듯 싶다. 캠핑 장비도 좋아졌고 내 방처럼 내방보다 더 좋게 꾸밀 수도 있다. 좋은 쿠션의 이불과 베개도 많다. 키높이 보다 크고 넓은 텐트도 많다. (뭐, 타프 하나에 야침으로도 충분히 내 방처럼 좋게 꾸밀 수 있다.) 추위야 나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캠핑카도 있지만 우리나라 환경에선 캠핑카가 매우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SUV 차량에 약간의 개조나 차량용 캠핑장비를 설치하여 사용하는 것이 훨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아메리카나 중국같은 대륙이 아닌 이상 캠핑카는 자연과의 어울림이 아니라고 나는생각한다.)
그래도 늘 한 곳, 언제든 고향처럼 돌아갈 수 있는 방 한 칸 있는 작은 집 하나, 그 정도 하나 있으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느정도의 내 물건들을 보관하고 오랫동안 머물다가 다시 떠날 수 있는 방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헌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주소가 있어야 하니까... 산수 좋은 터에 50평 정도 땅을 사서 10평 정도의 작은 집을 하나 짓고 나머지 너른 마당과 텃밭을 가꾸며 살 수 있다면 괜찮겠다. 살다가 다시 떠돌 고 싶으면 훌쩍 짐 싸들고 떠나고 떠돌다가 지치면 다시 돌아와서 오래 머둘며 쉴 수 있는 그런 집 하나 만들어도 괜찮겠다.
(이것은 혼자 사는 사람에 한해서다.)
땅이야 좋은 터에 돈을 주고 사야겠지만, 집은 원자재만 사다가 직접 집을 지어야만 한다. 전기는 들어오는 곳이어야 하겠지만, 태양열로 살아도 되겠다. 물이야 지하수를 파서 사용하면될터이고 난방이야 썩은 나무 주워다가 떼도 되고 전기보일러를 설치해도 가능하리라. 뭐, 직접 집을 짓기 위해서 많은 공부를 하고 여러 번 짓고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할 것이다. 예행 연습 포함해서 2천만원 이내로 직접 좋은 집 하나 지을 수 있지 않을까, ... 물론, 땅을 먼저 사야하는데... 적어도 1억은 아니더라도 3천만원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생활비야 늘 벌어야 할 것이다. 3천만원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틈틈히 일을 해야 한다.
작은 집 하나,
히피는 아니더라도 소확행하면서 살아가는 삶도 괜찮다. 아파트 한 채 빚내어 살 돈으로 빚내지 않고 작은 땅 하나 사서 작은 집 한 채 손수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현대판 히피라고나 할까, (히피란 무엇인가? 어떠한 사상이나 주의나 시스템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자본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지옥같은 자본주의에서 착하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것은 저항이 아니라 자유를 향한 지혜다. 이러한 지혜를 저항이라고 착각하거나 남용시키지는 말아야 할텐데...
캠핑이 히피가 될 수도 있으려나, 캠핑이 여유로운 자들의 취미 생활에 그치지 않고 보다 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에게 캠핑은 산행(여행) + 건강 + 숙식 + 요리 + 독서 + 창작 + 고요 + 행복 + 자유 + 자연이 될 수 있다. 나의 자유와 나의 창작과 나의 안나푸르나를 위하여...
실천해야지! 온몸으로!!
소백산 > 속리산 > 덕유산 > 지리산 > 설악산, 겨울 지나 안나푸르나까지...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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