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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Jan 11. 2020

불쌍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166


불쌍
황현민




이 동네 버스들은 죄다 늦장의 대가들이시다. 오늘은 대놓고 몸매들을 뽐내며 꽃단장을 한창한다. 유명인이라도 오셨나? 평소보다 1.5배 느릿느릿 걸어간다. 그냥 그러려니 포기했는데, 거참, 기막히게 출발 1분 남짓 딱 도착한다. 지치고 멍한 몸을 일으켜 우리는 달렸다. 이것을 희망이라 불러도 될까? 그래도 절망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열차가 들어오고 간신히 올라탔다. 아, 이 마을버스는 장난끼가 장난 아니야. 고작 3명 탔다고 심술이야? 버스가 불상했다. 얄밉지만,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했는데도 인사를 받지 않았다. 뭔 일 단단히 있었나 보네, 좋게 생각하기로 한다. 참으로 불쌍한 버스였다.

요즘 이 마을 모두가 불상하고 불쌍하다.

한 사람은 이상이 불쌍하다고 한다. 한 사람은 이 마을의 문학이 불쌍하다고 한다. 어뿔싸, 스스로 불쌍하지는 말아야지, 스스로 늘 신나게 살자고 한 사람은 신났다고 한다.









#이나라가불쌍하다 #이나라의문학이불쌍하다 #이상이불쌍하다 #요즘불상하고불쌍하다 #스스로불쌍하지는말아야지 #스스로늘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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