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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5. 2020
나는 재미 모르고 살았노라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173
나는 재미 모르고 살았노라
황현민
재미가 없었다면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야
사람이란?
우주라는 놀이터에 로그인한 존재를 일컫는다지
그 놀이터 중 최고의 명소가 지구란 것쯤은 이미 알려진 바야
그 놀이터에는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마련이라지
그들은 로그인한 사람이 아니라 만들어진 사람들이니까 재미를 위해 이 놀이터가 만들어낸 수많은 객체들이니까
나는 왜 당연을 좇아 살았을까?
당연이 아닌 재미를 좇아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연은 당연한 것이라서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일진대
애쓸수록 오류가 생겨날 뿐일 진대
왜, 왜, 왜, 재미가 아닌 당연을 좇아좇아 애쓰며 살았을까?
꿈이라는 의식은 너무나 멀다지
가깝지 않은 것들은 재미가 아니야 지금 이 순간이 아닌 것들은 놀이가 아니야
재미가 없다면 그 꿈은 쓸모가 없어 당장 버려야 해
재미가 없다면 삶이 아닐진대 그따위 것들에 애쓸 필요가 없어
그따위 것들은 놀이가 아니니까
늘 신나고 늘 즐거워야지 이 놀이터에서는 그저 잘 놀다 가면 그뿐인 거야
왜 나는 여기에 살고 있는 걸까?
내가 헛살았다고 이렇게 말을 해도 괜찮은 걸까?
그래, 진리도 당연이야
깨달음을 위해 사는 것은 당연이라서 재미가 아니야 재미가 아닌 것은 오류야
해탈? 이 또한 당연이야 소풍을 나온 사람은 이미 해탈자니까
쓸데없는 것을 하지 말 것!
세상 걱정 따위 하지 말 것!
언제 어디서든 유의사항은 있기 마련이지 여기 놀이터에서도 안전사고에 유의하여 잘 놀아야 해
혁명?!
그것도 재미가 아니야 당연은 더욱더 아니고 말야
혁명 따위는 여기 정해진 소수 멤버들의 역할일 뿐이라구
진리나 해탈마저 당연이라서 재미가 아닐진대 혁명 따위가 놀이일리야 없잖아
정말 재미가 없다면 당장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