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모자
황현민
길바닥에 얼굴을 꽝 했을 때
너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검정 모자가 유유히 날아올랐었지
모자만 바라보던 너는
내 몸이 아닌 모자를 따라갔을 거야
허공 위에 두둥실 떠다니던
둥근 점 하나를
너는 내 몸이 다친 걸 모르겠지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아팠다는 그 사연도
울긋불긋해진 도깨비 같은 얼굴을 네가 볼 수 있었다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사실, 모자도 많이 다쳤어
뒷끈 연결 고리까지 부러졌거든
알아,
너의 표정은 변함이 없더라
늘 그랬듯이 딱 맞춰 어스름이 밀려왔지
너에게 난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니까
괜한 기대를 했던 걸까
아니지, 내가 먼저 너를 걱정했을 거야
아니, 우스꽝스런 내 모습이 창피했었던 거야
너의 점 하나,
부러진 뒷끈 고리를 강력 본드로 이어 붙였어
이제는 붙였다 떼었다 할 수는 없을 거야
(C) 16/10/2020. Hwang Hyun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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