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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Oct 18. 2020

하늘과 모자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214


하늘과 모자

황현민





길바닥에 얼굴을 꽝 했을 때

너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검정 모자가 유유히 날아올랐었지

모자만 바라보던 너는

내 몸이 아닌 모자를 따라갔을 거야


허공 위에 두둥실 떠다니던

둥근 점 하나를


너는 내 몸이 다친 걸 모르겠지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아팠다는 그 사연도


울긋불긋해진 도깨비 같은 얼굴을 네가 볼 수 있었다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사실, 모자도 많이 다쳤어

뒷끈 연결 고리까지 부러졌거든


알아,

너의 표정은 변함이 없더라

늘 그랬듯이 딱 맞춰 어스름이 밀려왔지


너에게 난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니까


괜한 기대를 했던 걸까

아니지, 내가 먼저 너를 걱정했을 거야

아니, 우스꽝스런 내 모습이 창피했었던 거야


너의 점 하나,

부러진 뒷끈 고리를 강력 본드로 이어 붙였어

이제는 붙였다 떼었다 할 수는 없을 거야



















(C) 16/10/2020. Hwang Hyunmin.

#하늘과모자 #하늘 #모자 #얼굴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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