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나는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 너무나 솔직하게 살았다. 심지어 나의 등푸른 시절 좌우명 중 으뜸이 '진실'도 아닌 '최선의 진실'이었다. 진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진실이었다. 세상에 남들은 숱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모두가 진실하니까 나는 그중에서도 더 진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취지였다.
내가 거짓말을 못하니까 남들도 당연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줄 알고 살았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남들의 거짓말은 드러나고 (상처 받진 않았다 속지도 않았다 알면서도 속아주었으니까 설마 하며 그냥 넘겨버렸다) 인간관계가 지속되지 않았다. 세상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늘 생각하면서도 내 주변은 그렇지 않다고 착각 혹은 일부러 무감각했는지도 모른다.
진실은 양심이다. 양심은 영혼의 힘이다. 거짓말을 진실인 양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은 고로 양심을 잃어버린 사람들로 영혼이 없다고 (부재중) 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진실은 드물다. 세상의 모든 정보는 거짓투성이다. 오류투성이다. 빅데이터는 오류가 범람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심각한 오류나 거짓을 생산할 뿐이며 이러한 거짓 데이터를 사람들은 진실인 양 착각하고 또 믿을 것이다. 세상은 더욱더 거짓과 오류에 휩쓸려 영혼을 잃어버린 인간은 이성마저 빼앗기고 말 것이다.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은 마치 좀비 같은
이런 세상에서 진실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뭐,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노동을 해야 한다. 진실한 사람들은 자신 능력의 1할 정도의 대가 정도만이라도 받고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는 있으니까 생존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진실한 사람이 이런 거짓투성이 세상에서 결코 부자가 될 순 없겠다. 결국 부자들은 거짓말쟁이나 가능한 세상이니까 진실한 사람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 가난하다고 해서 다 진실한 사람인 것도 분명 아니다. 진실한 사람,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짜 드물고 드물다는 것이다.
나는 시인이다. 나는 QA다. 딱 내게 맞는 잘 어울리는 분야다. 흐뭇해하고 싶지만 시인이나 QA라고 해서 다 진실한 것도 아니라서 씁쓸할 뿐이다. 이런 나에게 세상과 정반대로 살아온 나에게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거짓말을 이용해보자는 차원이다.. 선의의 거짓말, 이것은 해도 괜찮겠다는 말이다. 융통성을 부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세상을 이용해보자는 생각을 해본다. (이것이 진실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비결이겠다.)
김수영이 나이 마흔에 꺾이었다고 했을 때 그의 시를 읽으면서 등푸른 시절 다짐했었다. 나는 절대 꺾이지 말자고, 꺾이더라도 마흔은 넘길 거라고 했었는데 오십이다. 나는 지켰다. 물론, 나도 착각 혹은 실수로 나도 모르는 거짓말을 어쩌다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숱한 거짓말들과 다르다. 통과의례, 진실도 변한다. 어제의 진실이 내일은 거짓이 될 수 있다. 어제는 어제대로 내일은 내일대로 지금 이 순간 진실은 진실할 뿐이니까
진실, 요즘 세상에 이 말은 인간의 순수한 영혼의 다른 말 같다. 진실이 너무나 귀하니까 영혼과 동급 취급해줄 만하다. (거짓말하는 시는 시가 아니다. 고로 영혼이 부재한 시는 시가 아니다.) 아무튼 나이 오십이다. "세상에 꺾일지라도 세상에 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는 양심과 영혼의 소유자라서 다행이다.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 착하게 살았다. 부모님 탓이 크다. 최선의 진실, 내 좌우명 중 하나가 청춘시절을 흔들리지 않게 했고 지금까지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살게 했다. 그러한 삶이 지금의 고독한 나를 만들어 놓은 것만 같다.
진실한 자는 고독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많지만 가난하면서도 홀로 쓸쓸할 수밖에 없는 진실한 사람은 드물고 드물기 때문이다.
(C) 21/12/2020. Hwang Hyun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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