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의 설움
황현민
콧물 흘리고 기침하고 그래야 겨울이 아니었던가
심하면 몸살도 나고
그렇게 감기와 더불어 살아왔는데ㅡ
그렇게 한 겨울을 나면 천연 면역이 강화되어 더욱 건강해졌었는데ㅡ
몇 해 전부터 감기가 사라졌다.
겨울철 감기는 맛난 거 먹고 잘 쉬고 푹 자야 낫는다ㅡ 어쩔 수 없이 쉬지 못하거나 감기 앞에 거만하고 소홀한 사람들이 치명적인 고통을 겪었다ㅡ 감기엔 약이 없으니까ㅡ 그저 잘 먹고 쉬고 푹 자는 게 약이었다ㅡ 스스로 잘 극복해서 보다 더 건강해지라고ㅡ 그렇게 감기가 늘 곁에 있었는데ㅡ
추운 겨울 동변상련 하듯
누구나 가벼운 감기를 겪으며 한 해를 마치고 새 해를 시작했다ㅡ 겨울철 감기는 오히려 동반자였다ㅡ 콧물 흘리면, 목이 아프면, 기침이 나면, 이 계절을 함부로 나대지 말고 조심하라고 늘 따라다니면서ㅡ 맛나고 좋은 거 먹고 잘 쉬고 푹 자라고 감기가 사람들 곁을 지켰는데ㅡ
그런 고마운 감기가 갑자기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부터 감기는 사람들 곁을 지키지 못했다ㅡ 그 대신 감기를 흉내 내는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렸다ㅡ 더 이상 잘 먹고 쉬고 푹 잘 수가 없었다ㅡ 그 대신 각종 주사를 끊임없이 맞았다ㅡ
감기를 앓지 않은 사람들은 봄이 와도 몸이 개운치 않을 터라 걱정이지만ㅡ 바이러스에 외면당한 감기는 사람들 곁을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정말 그 흔한 감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C) 18/02/2022. Hwang Hyun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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