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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Jun 07. 2022

위험한 관계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302


위험한 관계

황현민





새하얀 안개는 이제 드물다


순수한 안개는 많이 아프다

어린 몸에 불순한 것들이 침범하듯이

등푸른 안개에도 미세한 먼지들과 독한 연기들과 끔찍한 살충제들이 소리소문없이 스며든다


더 이상 안개는 순수하지 않다 비 온 뒤 저 안개는 믿을 수 없다 새하얀 안개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여기가 높은 산도 아니니까


이곳은 너무나 낮아서 수많은 가짜들이 안개처럼 피어난다 이렇게 낮은 곳의 안개들은 먹구름처럼 회색이거나 검다 냄새까지 케케하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한 까닭이다


등푸른 시절로 돌아가고파 높은 곳을 오르고 오른다 저 높은 하늘은 진짜 하늘이겠지 싶었지만


등푸른 하늘은 드물고 더 이상 하늘은 순수하지 않았다 높은 하늘에도 가짜 투성이다 지금 저 구름의 구 할이 오류투성이란다 미세한 먼지가 많고 이상 기후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높은 곳으로 피한다고 안전하지도 않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할까나 저 무서운 안개를 벗어날 피안은 정말 존재할까 구하면 정말 얻을 수는 있는 걸까


일단, 여기보다 높은 곳으로 이동하여 숨을 쉬자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뻥 뚫리면 그곳에 오래 머물자꾸나 아주 먼 옛날 유목민들처럼 더러운 안개를 벗어나 피안을 찾아 떠돌자꾸나


요즘 사람들은 오늘 머문 이 세상 안개 같아서 안전하지 않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면 얼른 그 사람을 피하자꾸나 구린 냄새가 나면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 피안으로 움직이자꾸나


피안을 미리 구하여 만들어라 그것을 홈이라기보다 아지트라고 달게 부른다 그것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있고 그것은 높고도 낮지도 않은 곳에 있다 그것은 우리 소울과 일치하니까 자신과 자신끼리 머물러라 굳이 어울리려 애쓰지 말고 서로 고요하자


사람들은 안개 같다 더 이상 안개는 순수하지 않으니까

   

새하얀 안개는 드물고 그 드문 안개들마저 앓고 있다 유일한 피안마저 불손한 안개들에게 점령당한 지 오래다 더 이상 피안을 구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다 위험한 안개 탓이다 새하얀 진짜 안개는 드물고 드문 까닭이다 진짜와 진짜는 서로 만날 수 조차 없는 까닭이다










(C) 07/06/2022. Hwang Hyunmin.

#안개

#위험한관계

#사람은안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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