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일러플 Feb 10. 2023

유의사항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329


유의사항

황현민





일어나는데 어지러워서 다시 드러누웠다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ㅡ 어서 일어나야지, 다시 일어나면 핑 돌아서 휘청거렸다 바닥에 앉아 호흡을 길게 했다 빙빙 돌고 돈다 술을 많이 마셨어도 이 정도로 어지러운 적은 없었는데ㅡ 다시 드러누웠다 어지럽다고 생각하니 두러 누워도 빙빙 돈다 옆으로 누워 길게 호흡을 하면서 다시 잠들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홧병인 줄만 알았는데ㅡ


오늘 또 어지럽다

독한 홧병도 사라졌는데ㅡ 가스가 새는 걸까? (초)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꼭 닫고 잤는데ㅡ


가슴이 답답하다 지난번 그때만큼 심하진 않지만ㅡ


체한 걸까?

딱히 먹은 것도 그다지 많이 먹은 것도 없는데ㅡ


아~, 우~, 젠장,...

감자, 흙감자, 파란 감자, 초록감자,... 며칠 전 하나로마트에서 사온ㅡ 제주에서 올라 온ㅡ


분명히, 두껍게 껍질을 깎았는데ㅡ 아~, 속이 하얗지 않았어, 속까지 다 초록파랑했잖아,... 어제 그 감자는 새하얀 싹까지 자랐었잖아,...


프라이팬에 남아있는 양파버섯감자볶음을 쓰레기통에 버려 부리면서ㅡ 또 다른 무언가를 마침내 떠올렸다ㅡ


아뿔싸,

싱크대 아래 칸 검은 봉다리에 담겨있던 작은 감자들, 작년 여름에 가지고 온 유기농 햇감자들, 먹지도 않고 깜빡 잊어버렸던 진짜 감자들


많이도 자랐구나


하얀 줄기와 잎들이 가늘고 길게 무성한 이 감자들이ㅡ


혹시 싱크대 아래 칸으로부터 독이 뿜어져 나올 수도 있는 걸까? 혹시 이 독들이 나를 잠 못들게 하고 불안정하게 한 건 아닐까?


하얀 잎들이 마구 삐져나온ㅡ 검고 큰 봉다리를 꺼내어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설마, 방 공기가 안 좋은 게 이 감자들 탓이겠어? 설마, 이 감자들 싹에서 독이 뿜어져 나오겠어?

아니잖아ㅡ 아니야


이건 위험한 독이라서 거름으로도 못 쓰겠지, 괜히 거름 주려다가 오해 살까 싶고 말이야,... 절대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릴 수는 없어ㅡ


동네 마트에서 쓰레기봉투를 하나 샀다


더 이상 먹지도 못하고 이대로 키울 수도 없고 어디 심을 땅도 없고ㅡ

그만 보내야지


쓰레기봉투에 담아 어린 감자들과 작별을 고했다










(C) 2023. 02. 10. Hwang Hyunmin.

#감자

#독

#파란감자

#초록감자

#사진도담지못했네

작가의 이전글 흙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