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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Feb 11. 2023

작심은 서지 않고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330


작심은 서지 않고

황현민





전주로 내려온 까닭은 지리산이 더 가깝기 때문이야


통일이 되었더라면

무조건 북쪽으로 조금조금 이동하여 백두산 근처에 자리 잡고 생활했을 터야 압록강 너머 만주와 요동 벌판까지 두루두루 걸어 다녔을 거야


좁고 제한 땅에서 다시 북쪽으로 가야 한다면 북한산이 있는 서울이 끝이겠지_ (설악산? 강원은 열외니까)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리산과 먼 곳에서_ 1년 이상 좋은 프로젝트가 있다며 방 빼고 어서 올라오란다


최근 이곳는데_ 이제 겨우 홧병을 다스리고 얼음도 녹아서 슬슬 남녘의 높은 산들을 다녀볼까 하고 있는데_ 신선이나 되어볼까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_


너무나 좋은 기회가 분명한데_ 아직 결정을 못하고 이러고 있는 거야


방을 미리 빼는 것도 일이고 이삿짐 싸고 날으는 것도 일이고 서울에 좋은 방 구하는 것은 더욱더 큰 일이고_ 좁다란 방구석에서 잠을 자고 사무실에 출퇴근을 하고 요기조기 북한산이나 다니면서 서울 거리나 구경하면서 미술관과 도서관과 가끔 광화문 서점이나 기웃거리면서_ 뭐, 맛난 것들 많이 사 먹고 만들어 먹으면서


친구들, 지인들, 가끔 볼까? 보면 뭐 좋을까? 다를까? 지난 서울생활 동안 대유행으로 만나지도 못했는데_ 연락조차 하지 않았는데_


이젠 친구들 친구 같지 않고 지인들 지인 같지 않은 세상이 아니던가_ 본다고 좋을 거 없을 것 같은데_ 다 부질없겠지, 그저 일이나 하고 밥이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걸어 다니면서 살아가는 것뿐_


지리산이 가깝다는 것은_


서울이나 전주나 일상의 차이가 없지만_ 지리산이 가깝냐 머냐는 큰 차이라서_ 이것이 나를 크게 위로하는데_ 이것은 너무나 중요해서_


광주와 서울 두 프로젝트 중 선택하라면 당연히 광주를 선택할 터_ 남녘에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어 산이나 내내 다니면서 생활할 수도 없고 당장 서울로 올라갈 작심은 서지 않으니_ 이거야 원,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나_ , 인터뷰 봐야 결정 날 일이겠지만_ 여전히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고 이러고저러고 자빠졌는데_

작금의 마음은 서울에 있지 않은 거야


서둘러 서울로 돌아갈 거라면 지리산 가까운 남쪽으로 내려오지는 않았겠지


서울로 가야 할 때가 또 오겠지 올거야

그때는 미리 올라가서 찬찬히 방 구하고 터 잡아놓고 그렇게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불광동, 북한산 바로 아래, 주차 가능하고 한적한 동네로 말이야 두고두고 살아도 좋을 만한 곳으로_


지리산에서 더 멀어진다는 것은 역시 위로가 되지 않아


금주까지 답변을 줘야 하는데_ 왜 자꾸 불편하고 불안한 거야?

물욕이 생기려거야? 이런 내가 어리석은 거야?


위로 따위,

나이 걱정, 돈벌이,...


여전히 작심은 서지 않고_










(C) 2023. 02. 10.  Hwang Hyunmin.

#프로젝트

#서울

#전주

#지리산

#생활

#작심

#기회는또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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