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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테일 Mar 22. 2016

첫 자유여행의 시행착오

VNM_#6. Epilogue

행운은 가끔씩 찾아오기에 더 의미가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 느꼈던 것은 '날씨'였다. 출발 전 확인했던 일기예보에서의 비구름은 나의 이동경로마다 따라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첫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확인했던 90%의 강수확률은 10%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일정에도 따라다닐 거라고 말하던 비구름은 일기예보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현지에서 구매한 우비는 짐덩이가 되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여행동안 겪게되는 현지인의 친절함은 즐거움의 큰 요소다


나의 대책없는 여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호텔 직원들 덕분이다. 한없이 친절했던 다낭의 다이아몬드씨 호텔 직원 'JADE'는 사소한 것까지 모두 도와주었다. 설령 직업적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할지라도 내가 받은 친절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노이에서도 마찬가지로 큰 도움을 받았다. 유일하게 영어가 통하는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 베트남 여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지인들의 이미지는 곧 그 도시와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다.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면, 친절한 호텔 직원들이 있기에 나와 같은 무작정 여행이 가능하다는 말도 된다. 걱정과 겁이 많아서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정보는 현지에서 구할 수 있다. 어느 매장에 들어가도 와이파이 존이다. 걱정할 필요없다. 우리에겐 구글 지도도 있으니 미아가 될 확률은 0%다. 모르겠으면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들은 친절하니까. 다만, 정보가 없이 어떤 곳을 방문하는 것과 그 곳에 대해 알고 방문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나의 대책없는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목적지에 대한 사전 조사 부족. 이번 여행에서 뼈저리게 느꼈으며, 이와 같은 시행착오는 내가 다음 여행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등급’으로 나눌 수 없다


다낭에서는 4성급 호텔에 머물렀고, 이 곳 하노이에서는 3성급 호텔에 머물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것 중에 하나는 성급의 차이. 객실 내부의 차이는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지만 부대시설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 부대시설은 생각보다 꽤 중요하다. 기회가 된다면 5성급 호텔에도 한 번 머물러보고 싶다는 바램.


성급이 달라져도 차이가 없는 것 하나. 바로 호텔 직원들의 친절함. 별 개수가 하나 더 작은 곳에서 일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등급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면서도 다행스러운 사실.



복잡한 베트남의 도시 풍경


베트남의 시가지를 둘러보면 건물들이 따닥따닥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국가에 의해 땅이 관리된다. 자연스레 도심의 땅값은 비싸지고,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빼빼마른 건물들이 빽빽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건물 사이의 공간이 좁아서인지 옆 벽면은 대부분 도색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베트남 도심을 복잡하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모터사이클(스쿠터, 오토바이)'이다. 사회주의 체제 내에서 높은 인구밀도와 한정적인 도로 사정에 가장 어울리는 교통수단은 모터사이클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경적은 노이로제에 걸리기에 충분하다. 정말 어마어마한 모터사이클 부대들과 자동차들이 경적 소리로 도로를 가득 메운다. 경적을 울리는 것이 실례가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와는 매우 다른 모습. 모터사이클이 도로를 지배하다보니 자동차들은 서행한다. 과속 딱지 떼이는 사람은 없을 듯.


다낭의 쯔어 콘 시장 - '특유의 향이 가득한 현지 시장'
다낭의 쯔어 한 시장 외부
다낭의 쯔어 한 시장 내부 - '마찬가지로 퀘퀘한 냄새가 가득'
다낭의 빅씨 마켓 - '끝없이 밀려오는 모터사이클 부대들'



'여행자'라는 타이틀이 달았을 때 생기는 특유의 관찰력


'여행자'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면 누구나 오감이 예민해진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사소한 것들을 특별한 일로 치부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여행이 설레는 이유이며, 평소에 글을 쓰지 않는 이들도 여행지에서 펜을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성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밤의 불빛은 더욱 밝게 빛나고, 흔한 창 밖의 논두렁은 상념에 잠기게 한다. 똑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도 여행지에서는 더욱 시원하다. 특히 목적지가 해외라면 여행자의 이 효과는 배가 된다. 어쩌면 여행지에서 느끼는 행복한 생소함과 신선함은 여행할 때 가지는 우리의 생소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하노이의 어느 로터리 - '여행자의 머릿 속에 평범함이란 단어는 남아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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